'고향까마귀'라는 말이 있다. 객지에 나오면 고향의 나쁜 것까지도 다 그립고 반가울 정도로 고향이 좋다는 의미다. 요즘 지역 정치권에 "고향까마귀 아이가"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 때(대선)가 때인 만큼 여·야 가릴 것 없다. 대선후보, 국회의원에다 명함에 '○○특보(정치권에선 우스갯소리로 특보를 '특별히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고들 한다.)', '○○본부장' 등으로 얄팍하게 포장한 이들까지 종횡무진 '고향'을 누비고 있다.
政客(정객)들이 유독 왜, 고향까마귀를 지금 외쳐대고 있을까? 객지에서 너무 반가워 이심전심하던 고향까마귀가 객지가 아닌, 고향 땅에 생뚱맞게 날아들까?
대선후보부터 보자. 대구·경북은 한나라당 정서가 뿌리 박혀 있다. 한나라당 대선후보도 지역이 고향이다. 그래서 가장 고향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고향 나들이를 할 때마다 '잃어버린 지난 10년을 되찾아 주겠다.', '대구·경북을 확 바꿔주겠다.'는 등 고향 사랑이 넘쳐난다. 왜 그럴까? 대선에서 고향사람들로부터 한없는 애정(표)을 얻기 위해서가 솔직한 심정일 게다. 그러면 고향사람들이 대선에서 (후보가) 기대했던 만큼의 애정을 주지 않을 경우에도 고향까마귀는 변치 않을까? 한나라당 대선후보는 기자회견 등에서 적잖게 고향사람들도 다시 일어서기 위해선 함께 변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연지사다. 하지만 지역민들 입장에선 사후(대선 후)에 (후보의) 고향사랑이 혹 달라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할 수도 있다. 분명 객지에서 등장해야 할 고향까마귀가 고향에서 함부로 남발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다음은 국회의원들. 요즘 대구·경북 출신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선거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선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향사람들을 너무 사랑해서인지(?) '90-90'을 대선 기치로 내걸었다. '90-90'은 대구·경북에서 90%의 투표에 90%의 득표를 이뤄내자는 것. '꿈 수준'의 목표에 대해 고향 사람 왈, '왠 자신감, 한 게 뭐 있냐고.' 소위 말뚝만 박아도 당선됐다고 너스레 떤 국회의원들이 고향사람들에게 대선 몰표 시나리오를 세울 자격이 있냐고. 필요할 때만 뻔뻔하게 고향까마귀를 외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범여권의 국회의원도 한나라당 의원들과 '한솥밥 생각'인 것 같다. 지역 출신의 한 범여권 국회의원은 최근 대구에서 내년 총선출마 기자회견을 했다. 대구·경북에서 정치를 한 적이 없는 이 국회의원이 왜 혜성처럼 등장했을까? 고향을 사랑하겠다는 초심이 종국에는 자신의 큰 꿈(대권?)을 위해 의도한 시나리오로 변할 거라는 기우를 지울 수 없는 이유는 뭘까?
대구·경북은 참 어렵다. 지역민들 마음 속엔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역대 정권에서 가장 소외됐다는 심정이 꽉 차 있는 것 같다. 어쩌면 객지의 고향까마귀가 지금 당장 애절한 게 솔직한 심정일 게다. 정치인들이여! 지키지도 않을 거라면 여리고 지친 고향사람들에게 더 이상 고향까마귀를 외치지 말기를.
이종규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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