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선후보 단일화' 이슈로

입력 2007-10-15 10:03:48

'反한나라'엔 공감…'어게인 2002' 글쎄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정동영, 이인제 경선 후보가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문제가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002년 대선 때처럼 상대적으로 우세한 한나라당 후보에게 맞서기 위해 선거전략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

그러나 단일화가 이번에도 성사될 것으로 낙관하기는 이르다. 범여권이 단일화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해 왔음에도 막상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자 그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표출하고 있는 것. 신당과 민주당의 일각에서는 대선 직후로 예정된 총선 등을 의식한 때문인듯 독자 생존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

후보단일화의 대상은 신당의 정 후보와 민주당의 이 후보, 독자 세력화를 추진해 왔던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으로 압축되고 있으며 단일화 시기는 11월 초·중순쯤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세 후보 모두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를 자신하고 있어 단일화 과정이 쉽잖을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는 "빠른 시간 안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1대1 구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 ", 이 후보는 "범개혁세력의 정통성은 민주당에 있다.", 문 전 사장은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분들이 자기쪽에 합류하라고 한다."고 각각 주장하고 있는 상황.

물론 반(反) 한나라당 연대라는 측면에서는 이들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단일화를 성사시킬 가능성도 적지않다. 이와 관련, 세 후보 모두 "국민들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여론조사가 단일화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별 경선을 치르기에는 시간적으로 촉박하고 모바일 투표에 대해선 후보들간에 찬·반 양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이 것만으로 단일후보를 정하는데 대해서는 문 전 사장 측에서 반대하는 등 단일화를 위한 최종 방식을 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때문에 세 후보는 당장 단일화 협상에 돌입하기 보다는 이에 앞서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세 싸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맞물려 신당과 민주당의 후보가 15일, 16일 공식 확정되는 것을 계기로 세 후보 간의 여론 지지율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20%대를 누가 먼저 차지하느냐가 단일화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정 후보가 10% 수준에 막 돌입했고 그 뒤를 문 전 사장이 쫒고 있다. 이와 관련, 범여권 의원들의 줄서기도 뜨거워질 것이다.

정·이 후보의 경우 경선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 당을 결집시키느냐가 단일화를 앞둔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해찬 경선후보를 비롯, 신당의 친노(親盧·친 노무현) 세력이 어떤 행보를 취할지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의중이 어느 정도 작용할 것인지도 관심거리. DJ는 앞서 범여권 후보 단일화와 관련, 신당 및 민주당 후보와 문 전 사장간에 추진돼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적이 있고 노 대통령도 단일화 과정에서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할 것이란 게 범여권 관계자들의 전언.

특히 노 대통령이 정·이 후보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 단일화 과정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그러나 신당에서는 이 후보에 대해, 민주당에선 정 후보에 대해 비토 움직임이 적지않아 단일화는 일차적으로 정 후보와 문 후보 간에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범여권 단일화의 최대 관심사는 2002년 대선 때와 같은 극적인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겠느냐에 있다. 노무현, 정몽준 후보의 경우 단일화 추진 당시 두 후보의 지지율 합계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앞섰던 데 반해 정·이 후보·문 전 사장의 지지율 합계는 이명박 후보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단일화에 대한 학습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가 2002년보다 어려울 전망이다.

범여권의 각 정파들이 후보를 일단 선출했지만 후보 단일화까지 이어질 수 있을 지, 그리고 지난 대선 때와 같은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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