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던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 시즌 4위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으나 선발 투수와 공격력에 약점을 보이며 12일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를 끝으로 올 시즌을 접었다. 팀과 개인이 여러 기록을 세워 절반의 성공이라 평가할 만한 시즌이었지만 내년을 위해서 전력 보강이 절실하다는 과제를 남겼다.
팔꿈치 수술로 에이스 배영수를 잃은 것이 컸다. 외국인 투수 크리스 윌슨이 조기에 좌초한 뒤 새로 영입된 브라이언 매존의 투구는 들쭉날쭉했고 위력적인 구위를 지니지 못한 제이미 브라운도 에이스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 윤성환-권혁-안지만-오승환으로 이어지는 막강 불펜진을 갖고 있었지만 연패 사슬을 끊고 포스트시즌에서 기선을 제압할 선발이 없다는 점은 삼성의 아킬레스건이었다.
타선 세대교체와 팀 타율이 한화와 함께 최하위(0.254)에 머문 공격력 보강도 숙제. 최고참 양준혁이 고군분투하고 시즌 중반 이후 심정수가 힘을 보탰음에도 빈약한 화력은 삼성의 최대 고민이었다. 김한수를 비롯한 노장들의 방망이는 헛돌기 일쑤였지만 그 자리를 메울 조동찬, 조영훈 등 '젊은 피'의 성장이 더뎌 겨우 자리를 지켰다. 삼성은 올 겨울 노장 선수들을 정리하고 외국인 선수 중 1명을 타자로 영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전망.
채태인을 비롯해 내년 1군 무대를 꿈꾸는 후보들은 여러 명. 2군 북부리그 타격 3관왕(타율, 타점, 홈런)에 올라 삼성과의 계약을 앞둔 최형우, 거포 곽용섭(이상 경찰청)과 박석민(상무)이 내년 초 복귀한다. 신인 지명을 받고 입단한 우동균, 김경모도 관심거리다. 외야 1곳과 내야 2, 3자리가 이들에게 기회의 장이다.
12일 경기 후 선동열 감독이 "마무리훈련 때부터 당장 선발 투수를 키워내겠다. 내년을 대비해 타선도 보강할 계획"이라고 밝힌 만큼 올 겨울 윤성환 등 일부 불펜은 선발 수업을 받고 유망주 최원제도 타석보다 마운드에 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풍성한 기록 잔치 덕분에 2007년 시즌이 우울하지만은 않았다. 양준혁이 개인 통산 2천 안타 기록을 세웠고 시즌 막판 최고령 '20홈런-20도루' 클럽 가입자가 됐다. 심정수는 31홈런, 101타점으로 타격 2관왕에 올랐고 지난해 구원왕 오승환은 2년 연속 40세이브를 기록, 또 다시 구원왕이 됐다. 이들 덕분에 삼성은 올 시즌 첫 시행된 서머리그 우승을 거머쥐었고 11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한편 12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삼성과 한화는 6회 마무리 오승환과 1차전 선발 류현진을 투입하며 접전을 펼쳤으나 끝내 삼성이 한화에 3대5로 패했다. 선발 매존이 채 1이닝을 막지 못한 채 3피안타, 1볼넷을 허용하며 2실점한 것이 화근. 3회 박진만의 1타점 좌전 적시타와 6회 강봉규의 1타점 중전 안타로 추격했지만 3회와 7회에 터진 이범호의 1점 홈런 2방과 8회 고동진의 솔로포에 고개를 숙였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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