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LL 무력화 앞장선 대한민국 대통령

입력 2007-10-12 11:31:19

서해북방한계선(NLL)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인식과 발상이 위태롭기 짝이 없다. 노 대통령이 어제 정당 대표들에게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NLL은 우리가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고 우리 군의 작전 금지선이었다"며 "지금에 와서 이를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에는 NLL에 대한 국민들의 고정된 관념을 깨뜨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국민들이 지금까지 굳게 믿고 있는 가치가 잘못된 것이라고 훈계하고 싶은 것이다. 오로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명분 때문이다. 뒤집어보면 북측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걸림돌인 NLL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고집인 것이다. 노 대통령은 헌법까지 들먹이며 NLL을 실체 없는 안보적 개념의 경계선으로 깎아내렸다. 하지만 이는 '해상 군사분계선의 기능과 역할을 해온 남북 간 실질적 해상 경계선'이라는 국방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의된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 땅도 우리 땅인데 그 영토 내에 줄 긋고 지킨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했다. 벌써 남북통일이라도 됐다는 말인가. 헌법의 정의는 우리의 희망사항이고 장차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헌법을 북한땅까지 적용시킬 수 없는 입장이다. 잘못된 헌법 해석을 NLL에 적용시킨 대통령이 모순인 것이다.

노 대통령이 NLL을 어떻게든 남북관계를 위한 정치적 돌파구로 활용하려 하겠지만 국민에게 NLL은 실질적 군사분계선임에 변함이 없다. 국민들은 'NLL이 쌍방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기 때문에 정치적 이해에 따라 합의만 하면 물리고 당길 수 있는 선'으로 보지 않는다. 남북통일이라는 전제가 없는 한 그렇다. 어떻게 보면 NLL이 영토선이냐 작전 금지선이냐 따지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다. 주권의 주체인 국민들이 관습적으로 지켜내고 있고 영토적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선이라면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국민의 동의 없이 함부로 훼손할 수 없다. 국가 안위가 걸린 중대한 사안을 놓고 대통령이 국민을 오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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