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서 보는 집중력 결핍

입력 2007-10-11 16:42:33

직장인 김병식(가명.39) 씨는 며칠 전에 했던 중요한 점심약속을 깜박하고 태연히 다른 사람과 식사를 하러 갔다가 당사자의 전화연락에 깜짝 놀라 달려간 일이 있다. 김 씨는 가끔씩 이렇듯 본의 아니게 약속을 어기게 되는 때가 있어 스스로 당황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고등학생 이두병(가명.17) 군은 도무지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다. 그렇다고 농땡이를 치는 것도 아니다. 이 군은 시험을 앞두고는 하루 두 세 시간만 잘 정도로 공부하는 하는데도 성적은 늘 제자리걸음이다.

이 같은 집중력 부족은 왜 생길까. 한방에서 보는 집중력 부족의 원인과 증상, 치료에 대해 알아본다.

◆집중력 부족의 원인=마음이나 주의를 집중할 수 있는 힘을 말하는 집중력은 흔히 혼란된 상태와 반대되는 말로 능동적인 선택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정신활동은 오장(간, 심장, 비장, 폐, 신장)에서 생긴다고 본다. 즉, 각각의 장기는 고유한 정신과 감정이 깃들여 있으며 그 장기가 고장 나면 독특한 심리상태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 오장 중 특히 정신활동을 지배하는 중요 장기는 심장이다.

뇌에서 모든 정신활동이 이뤄진다고 보는 서양의학과 달리 한의학에서는 심장이 기억, 사고, 감정 등 정신기능을 총괄하는데 여기에 이상이 생길 경우 이러한 기능들도 떨어진다고 본다.

보통 스트레스도 정신활동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는데 한의학에선 스트레스를 기병(氣病)으로 보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다. 한의학에서 기는 생명의 기본이 되는 총체적인 힘이다. 이 기에 스트레스 인자가 작용해 기의 부조화나 운행장애를 일으켜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기병의 종류=칠기증, 구기증, 중기증, 기통증, 기울증 등이 있다. 이중 칠기증이나 구기증은 칠정과 한열, 과도한 노동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잦다. 이들 자극이 지나치면 정상적인 생리작용에 영향을 주고 따라서 장기에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사람이 분노하면 기가 위로 치솟고 기쁘면 늘어지고 슬프면 사그라지며 공포에 질리면 기는 통하지 않게 된다. 또 놀라면 기가 흩어지고 생각이 지나치면 기가 묶여버린다. 이런 경우 분노는 간을, 기쁨은 심장을, 근심은 폐를, 공포는 신장을, 깊은 생각은 비위(소화기계 전체)를 상하게 하는 것으로 본다. 지나친 추위와 더위 같은 외부 환경도 기를 오므라들거나 달아나게 하며 과도한 노동이 기를 사그라들게 한다.

기울증은 기가 제대로 운행을 못하고 억제됨으로써 생기는 증상으로 욕구불만이나 지속적인 우울, 지나친 사려, 비애 등이 원인이 되는 수도 있다.

◆집중력 저하 어떻게 다스릴까=잘 잊어버리는 집중력 저하나 학업능력 저하는 지나친 다른 생각과 심기의 부족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증상이 심할 경우 정지환, 총명탕, 강심단, 장원환 등의 한약이 건망증상을 치료하는데 일차적인 도움이 된다.

가정요법으로는 기의 바다로 불리는 양젖꼭지 중간부인 전중혈을 비벼주거나 새끼손가락 끝을 만져주는 방법이 있다. 통기 작용이 있는 귤껍질을 말려 차로 음용해도 좋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두통이 올 수 있다. 여성들의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히스테리성 집중력 저하 때는 대추 달인 물을 복용하면 효과적이다. 증세가 심해 약을 복용해야 할 때는 목향순기산, 분심기음, 반하후박탕, 소합향원 등이 좋다.

◇ 머리를 맑게 하는 스트레칭과 호흡법

▩스트레칭

1.가부좌를 틀고 앉아 넓적다리 위에 올려놓고 있던 발을 무릎 앞으로 내려놓는다.

2,두 손의 엄지손가락을 안에 넣고 가볍게 쥐어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게 두 넓적다리 위에 위치하고 잠시 동작을 멈춘다.

3.두 발을 천천히 앞으로 펴고 발뒤꿈치를 가지런히 하여 바닥에 붙인다. 이 때 발바닥이 앞을 향하고 발끝은 위로 향하게 한다.

4.상반신을 천천히 앞으로 굽히며 두 손을 앞으로 펴고 팔을 교차시켜 발가락을 쥔다. 이 자세로 가능한 두 발을 앞으로 펴면서 손으로 발가락을 끌어당긴다. 발가락을 잡을 수 없으면 발가락 끝을 몸 쪽으로 젖히도록 한다.

*이 자세를 1~3분 정도 한다. 교감신경을 자극해 일시적으로 눈이나 머리를 상쾌하게 만든다.

▩호흡법

1.가부좌를 틀고 앉는다.

2.두 손의 열 손가락을 교차시켜 깍지를 끼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한다.

3.두 손바닥을 아랫배에 대고 꽉 안는 것처럼 한다.

4.입으로 숨을 내쉬고 코로 들이쉬어 2~3회 호흡을 정돈한다.

5.숨을 내쉬면서 배를 밀어 올리는 듯 한 기분으로 두 손에 힘을 준다.

*이 패턴으로 약 12회 실시하면 초조함 등으로 머리로 올라 온 피를 즉시 내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도움말.대구한의대학교 부속 대구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대규 교수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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