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大邱市로 넘겨진 '기초질서 바로잡기'

입력 2007-10-10 11:21:11

부도심의 급성장으로 비중이 낮아지긴 했어도 대구 중앙로는 여전히 250만 도시의 얼굴이다. 하지만 그곳은 평일도 오후만 되면 엉망이 된다. 약전골목 쪽 시내버스 승강구간은 불법 정차 택시들에 점령된다. 설 차로를 잃은 버스들은 아예 1차로에 멈춘다. 승객들은 위험을 무릅쓴 채 택시 행렬을 뚫고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 길 한복판으로 내달린다. 그걸 틈타 상당수 행인들은 버젓이 도로마저 횡단한다. 어차피 질서가 흐트러져 버렸는데 이쯤이 무슨 대수냐 하는 표정이다. 이 대도시의 얼굴이 총체적으로 무질서에 빠진 것이다.

대구시청이 이런 혼란의 씨앗이 되는 불법 주'정차 단속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전에 없던 일이어서 생각의 전환이 놀랍다. 단속 업무를 구'군청에 맡겨 놨더니 기초질서조차 제대로 유지하지 못해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판단에 기초한 결과라는 점이 무엇보다 그렇다. 선거제로 지역구민 외에는 두려워 할 '상관'이 없게 된 기초지자체장들이 표 때문에 단속을 무디게 한다는 비판은 진작부터 민간에서 제기돼 온 것이다. 민주화와 지방자치 이후 현장행정은 사라지고 기초질서는 무너졌다는 탄식이 나돈 것도 그 뒤끝이었다. 이제 시청조차 그런 인식에 동조하고 드디어 대책을 마련하는가 싶다.

대구시청은 이번 정책을 설명하면서 불법 주'정차가 도로 효율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단속해야겠다는 취지를 내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불법 주'정차는 도로 효율성만 떨어뜨리는 것도 아니다. 사회 기강의 소멸과 무질서의 상징이자 그걸 더 확산시키는 악순환의 매개물이 바로 그것이다. 어쩌면 도로 기능 저하보다는 이런 사회심리적 측면의 악영향이 훨씬 심각하지 않을까 싶다. 대구시청이 직접 나선다고 하니, 이제 그 성과를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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