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까지 따라온 유통 '공룡'

입력 2007-10-10 09:15:40

롯데, 나이스마트 인수 슈퍼마켓 열고 동네상권 노려

▲ 롯데슈퍼가 최근 지역 중견유통업체인 나이스마트 5개점을 인수하는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지역 동네 수퍼마켓 진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수퍼마켓 업계는 마지막 터전인 동네 상권까지 뺏기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 롯데슈퍼가 최근 지역 중견유통업체인 나이스마트 5개점을 인수하는 등 대형유통업체들이 지역 동네 수퍼마켓 진출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이에 따라 수퍼마켓 업계는 마지막 터전인 동네 상권까지 뺏기지 않을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유통 공룡들의 동네 수퍼마켓 잠식이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롯데슈퍼가 지역의 중견 유통업체인 나이스마트를 인수했고 홈플러스가 '익스프레스'란 이름으로 수퍼마켓 시장에 진출하는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동네 상권에 뛰어들고 있는 것. 이에 따라 동네 수퍼마켓 업계는 마지막 보루인 동네 상권까지 뺏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롯데, 홈플러스 등 동네상권 '야금야금'

수퍼마켓 업계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지난달 30일 복현점, 수성점 등 지역의 나이스마트 5개점을 인수하고 롯데슈퍼란 이름으로 17일 수성점, 25일 복현점과 경주점 등을 잇따라 개설할 예정이다. 롯데슈퍼는 향후 나머지 지점들도 순차적으로 문을 열어 유통시장 진출을 강화할 계획이라는 것. 이에 따라 기존에 내당점과 황금점 등을 보유하고 있던 롯데슈퍼는 7개점의 중형 매장을 보유, 동네 상권의 최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슈퍼와 함께 홈플러스도 '익스프레스'란 중소형 수퍼마켓을 잇따라 열면서 동네 상권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7월 경산 옥곡동에 문을 연 이래 지난달 말엔 월성점, 이번 달 3일엔 이곡점 등을 잇따라 열면서 수퍼마켓 늘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듯 대형유통업체들이 수퍼마켓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데는 기존 대형마트 진출의 한계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한 수퍼마켓 사장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대형마트 진출을 제한하는데다 마트 간 경쟁이 심해 수익 창출에 한계를 느끼다보니 대형유통업체들이 하나같이 동네 수퍼마켓 진출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 수퍼마켓 업계는 일반 구멍가게에서 엄두를 내지 못하는 막강한 기획력과 자금력 등으로 단기간에 동네 상권을 잠식할 수 있다는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엄청난 홍보와 넓은 주차장 등 편의시설, 상품 기획력, 할인행사 등 기존 대형마트에서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결국 중소 동네 수퍼마켓들은 문을 닫는 곳이 급격히 늘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권영국 대구중서부수퍼마켓협동조합 상무는 "동네 수퍼 입장에선 마지막 생존 지역이었던 동네 상권까지 뺏기기 때문에 과거 대형마트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길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위기"라고 토로했다.

◆동네 수퍼들, 발버둥은 쳐보지만…

이에 맞서 동네 수퍼마켓들도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구중서부수퍼마켓협동조합은 17일 대구 달서구 월암동에 연면적 2천600여 ㎡, 2층 규모의 '최신식 물류센터'를 착공한다. 이를 통해 180개 회원업체들의 원활한 유통을 책임지겠다는 것. 권 상무는 "기존에 이현동에 물류센터가 있었으나 모든 회원사들이 이용하기가 태부족이었다."며 "위축된 골목 상권을 어느 정도 살리고 회원들끼리 똘똘 뭉쳐 바잉파워를 가지기 위해서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하게 됐다."고 했다. 물류센터는 내년 1월 중순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 수퍼마켓인 'OK마트'도 가맹점들을 중심으로 협의회 성격의 모임을 만들 계획이다. 이육희 대표는 "가맹점을 운영하는 사장들 20여 명을 모아 모임을 만들고 매달 한 차례 정도 정기적으로 모여 대형마트에 대응하는 전략 등을 꾸준히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 초쯤 자체 물류센터도 만들고 공산품을 중심으로 OEM 방식으로 PB(자체 브랜드) 상품도 낼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런 동네 수퍼마켓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살기 위해 발버둥을 치지만 대형유통업체들의 자금력과 노하우에 이길 수가 없다는 것.

권 상무는 "수퍼마켓 사장들이 보통 하루 벌어 생활하기 때문에 모이거나 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며 "대구시 등에서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환으로 대형유통업체 진출을 막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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