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主酒客飯

입력 2007-10-04 11:20:07

술의 이중성은 누구나 안다. 적당하면 즐겁지만 지나치면 화를 부른다. 설날 아침의 屠蘇酒(도소주)는 한해의 건강과 화복을 불러 주고 대보름의 耳明酒(이명주)는 즐거운 소식을 듣게 한다. 飮福(음복)은 조상의 음덕으로 복을 받는다는 의미가 있고 잔칫상의 獻壽(헌수)에는 무병장수의 기원이 담겨 있다. 정든 이와의 이별에는 한잔의 술이 필요했고 신랑 신부의 합환주는 만남의 기쁨을 오래도록 잇자는 백년가약의 다짐이기도 하다.

명문가에는 대부분 그 집만의 가양주가 전해져 온다. 옛 양반들이 저마다의 술을 빚은 이유는 뭘까. 아랫사람을 부릴 때도 필요했고 접객에서 술은 뺄 수 없는 소중한 수단이어서다. 또 노인을 봉양하고 벗을 사귀며 제사를 받듦에 있어 술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했다.

당연히 酒法(주법)이 생겼다. 예절지침서 소학은 '어른이 술을 권하면 일어나 다가가서 절하고 받되 어른이 먼저 마신 뒤 마시라'고 가르친다. 권주잔은 반드시 비우되 되도록 빨리 되돌려 주고 酒不雙杯(주불쌍배)라고도 했다. 기뻐서 마실때는 절제하고, 피로하고 지칠 때는 조용하게 마시며 낯선 자리에선 정숙하며 난잡한 자리는 일찍 일어나라는 말도 있다.

야사에 전해지는 이야기다. 임금이 점술사를 청해 국가의 존망을 물었다. 왕조 시대 국가는 바로 임금이었기에 자신의 신수를 물은 것이다. 대답은 主酒客飯(주주객반)이었다. 임금이 신하의 집을 방문했다. 첫잔이 임금에게 권해졌다. 그러자 임금은 주주객반이라고 했다. 신하는 그 잔을 마시고 쓰러졌다. 임금에게 독주를 먹이려던 계획은 그렇게 실패했다.

주주객반은 주객이 서로 다정하게 식사를 하며 우의를 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술은 주인이 먼저 마시고 밥은 손님이 먼저 먹는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주주객반은 한국의 술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폭탄주의 불문율이다. 이른바 제조주 먼저다. 폭탄주 주석에선 너도나도 제조주 먼저를 외친다.

안동소주란 명주를 가진 전통의 도시 안동에서의 첫 주석에서 배운 말이 주주객반이다. 김휘동 시장과 안동의 지킴이들은 나라안 곳곳의 손님을 맞아 흥취를 돋울 때면 안동소주에 맥주를 붓곤 주주객반이라며 잊고 사는 옛 전통을 떠올리게 한다. 살벌한 '제조주 먼저'보다 훨씬 멋져 보이지 않은가.

서영관 북부본부장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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