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침묵?…대구 분양시장 '10월의 심판'

실수요 많은 100㎡ 규모 위주…시공사, 투기 해제 효과 기대

한동안 숨죽어 있던 대구 지역 분양 시장이 이달 다시 기지개를 켠다.

정부의 투기 및 투기과열 지구 해제에 따른 기대 효과와 연말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분양가 상한제'를 앞두고 시공사들이 미뤄왔던 분양 물량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하기 때문.

올 가을철 분양 시장 특징은 100㎡형(30평형) 규모의 중대형 분양 물량이 많고 지역적으로는 분양 물량이 쏟아졌던 달서구 지역을 제외한 수성구와 북구 지역 등지의 물량이 많다는 점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올 가을철 분양 시장은 내년 이후까지 대구 부동산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지난 봄철 같이 분양 시장이 또다시 침체된다면 올 연말은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분양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요 분양 단지는

대구 지역 10월 분양 단지는 적어도 5개 단지를 넘어설 전망이다. 수성구에서는 당초 올 상반기 분양을 계획했다 일정을 연기했던 두산동 주상복합 아파트 SK 리더스뷰와 화성산업의 수성 동아(두산동) 재건축 아파트가 20일 전후로 모델하우스 문을 연다. 또 범어동에서는 STX 건설과 삼성중공업이 3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공급한다. 두 단지 모두 100㎡ 규모 이상의 중대형 평형으로만 구성될 예정. 수성구 경우 지난 4월 사월동 우방 유쉘 이후 신규 공급이 끊어진 상태로 6개월 만에 분양 시장이 다시 문을 여는 셈이다.

분양대행사 리코의 최동욱 대표는 "수성구는 한동안 공급이 없었고 대형 평형 위주 미분양은 많지만 중형 규모 가구는 미분양 물량이 소진된 상태"라며 "봄철보다 매수심리가 다소 살아나 청약 및 계약률이 올 상반기 상황보다는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북구에서는 칠곡 태전동과 읍내동에서 한라주택과 태왕이 400가구와 500가구 규모 아파트를 공급하며 쌍용은 침산동에 11월 초 순쯤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이다.

동구에서는 신창건설이 이달 말쯤 율하지구에서 100㎡ 규모로만 구성된 971가구 대단지를 분양하며 남구 봉덕동에서는 삼성물산이 471 가구 규모 재건축 아파트를 내달초 분양할 예정이다.

◆시장 전망은

미분양 물량이 신규 분양 시장을 누르고 있고 정부의 각종 규제책에 따라 위축된 매수 심리가 아직 회복된 상태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일단 지난 여름을 지나면서 바닥을 찍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지난 봄과 여름철 분양 시장이 IMF 시절과 흡사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었다."며 "가을 분양 시장은 아무리 나빠도 올 상반기보다는 좋을 것이란 기대 심리가 일단 바닥에 깔려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가 투기 지역 및 투기 과열 지구를 잇달아 해제한 이후 첫 분양인 만큼 '이러한 기대 심리'가 어느 정도 현실적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5년 8.31 조치 이후 규제 일변도 정책을 펴오던 정부가 지방 대도시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활성화 정책'을 펴기로 방향을 선회한 만큼 연말 대선을 앞두고 또 다른 조치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한몫을 하고 있다.

또 가을철 분양 물량 대부분이 시장성을 갖추고 있어 차가워진 매수심리를 어느 정도는 되돌릴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분양 가구 규모가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100~150㎡ 사이에 집중돼 있는데다 분양가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시공사들이 초기 계약율을 높이기 위해 계약금 인하와 발코니 확장 등의 각종 조건을 경쟁적으로 내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투기지역 해제에 따른 대출 규제가 사라진 점도 실수요자를 끌어모을 수 있는 호재가 될 전망.

한라주택 최원근 상무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분양가 인하 기대 심리도 이미 상한제가 시행된 공영 택지 분양가격이 공개되면서 많이 사라진 상태"라며 "올 가을철 분양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의 구매 패턴이 어느 때보다 굳어질 것으로 보이고 단지별 차별화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재협 기자 ljh2000@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