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別離(별리)
류상덕
심인고등 운동장에서
무심히 바라본 벽.
그것이 영대병원
영안실 경계란 걸
한 개비 담배를 물고
돌아서서 느꼈다.
문으로 가려 놓은
이승과 저승의 두께
앞발은 빛을 밟고
뒷발은 죽음에 묻혀
이대로 눈을 감는다
사는 것이 이런 건가.
악수를 나누면서
서로 잔을 주고받는
우리의 몸짓으로도
채울 수 없는 말을
감추고 떠나고 나면
억새풀만 흔들릴까.
대구에 사는 이라면 어렵잖게 떠올릴 풍경이죠. 흔히 느닷없는 부음 끝에 달려가곤 하는 그곳. 차가운 벽 앞에서 꺼내 무는 한 개비 담배에 사는 일의 허망과 체념이 묻어납니다.
이·저승의 거리만큼 가깝고, 이·저승의 경계만큼 분명한 게 또 있던가요? 앞발은 분명 세상의 빛을 밟고 있건만, 뒷발은 어느새 죽음의 그늘에 묻혀 가는….
담뱃불을 비벼 끄고는 벽의 안쪽으로 들어섭니다. 몇몇 지인들과 악수를 나누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주고받는 잔. 더러 안경알을 닦거나 코를 풀기도 하면서. 하나 이승의 어떤 몸짓도 그것은 다만 이승의 몸짓일 뿐, 경계 저쪽의 머리카락 한 올 잡아볼 길 없습니다. 죽음은 늘 이렇듯 완벽한 잠적입니다.
술로도 한숨으로도 다할 수 없다면 어쩝니까? 그냥 그렇게 억새풀이 되는 게지요. 우리가 다 떠난 뒷날에도 인연의 에움길에 오래 남아 흔들릴 그 억새풀.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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