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의 기적' 이룬 기술의 힘…'쉘라인'

입력 2007-10-02 10:08:34

창립 6년만에 유가증권 상장

▲ 대구의 여섯살짜리 기업이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창업한지 불과 6년만에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 대구의 여섯살짜리 기업이 신기록을 만들어냈다. 창업한지 불과 6년만에 다음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최연소 상장기록'을 세우는 쉘라인. 이 곳 이상호(53) 대표는 상장을 통해 대규모 신규시설투자를 해 최소 400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내겠다고 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 성서4차산업단지에 본사를 둔 휴대전화 부품업체인 쉘라인. 이 회사는 다음달 '일을 낸다'. ▷창립한지 불과 6년만에 ▷휴대전화 부품업체로는 처음으로 ▷삼성전자라는 단일기업에 납품하는 부품소재기업으로는 유일하게'라는 3가지 신기록을 동시에 쏘아올리며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것이다.

'여섯살배기 신기록'의 뒤편에는 이상호(53) 대표가 있었다. 도전하기 어려운 나이로 불리는 40대 후반,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창업의 길에 들어선 그는 '기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기술개발에 매달렸다. 그리고 최근 4년동안에만 무려 8배 가까운 매출 성장세를 이뤄내며 '세계 최고 기업' 고지를 향해 시동을 걸고 있다.

◆버려야 얻는다

고졸 학력(이 대표는 춘천공고 기계과를 졸업했다)임에도 불구, 삼성전자에서 엔지니어로서는 이례적으로 수석연구원 부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이 대표. 그는 2001년 돌연 사표를 던졌다. 평소 생각했던 아이템이 있었기 때문.

아내가 펄쩍 뛰었다. "곧 임원이 될 수도 있는데, 웬 사표?". 그가 사표를 낼 경우, 1천500주에 이르는 스톡옵션을 포기해야했고, 성과 인센티브 등 다른 급여까지 반납해야했다. 아내의 반대는 당연한 것이었다.

"아내가 얼마나 고민을 했던지 평생 가보지 않았던 점쟁이까지 찾아갔데요. 그런데 행운이었던지, 그 점쟁이가 '40대 후반에 사업운이 있다'고 말했답니다. 우스운 얘기지만 결국 아내가 허락을 했지요."

가진돈을 털어 구미시내 한 유치원 건물 3층에 사무실을 냈고, 의기투합해 지내던 동료·후배 직원 3, 4명도 합류했다. 시작은 초라했지만 이 대표와 직원들의 열정은 회사를 곧장 키워냈다.

"2001년에만 해도 신제품이 출시된 뒤 각 판매점 전시용 모형모델이 나왔죠. 하지만 신제품 휴대전화가 본격 출시되기도 전에 광고용으로 각 대리점에서 전시하는 모형모델을 우리 회사가 만들어냈고, 이를 계기로 창업 첫해에만 매출이 70억 원을 훌쩍 넘겼죠."

◆기술혁신을 향한 도전

쉘라인은 2003년 10월, 세계 최초로 '반자동 슬라이드' 기술을 만들어냈다. 당시만해도 폴더를 열거나 슬라이드 제품이라해도 수동식이었지만 세계에서 처음으로 반자동 슬라이드를 상용화시킨 것.

삼성전자는 두팔 활짝 벌려 이 기술을 채택했고, 삼성전자는 이 기술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비율의 슬라이드폰 시장점유율을 갖게 됐다.

유치원 건물 3층에서 출발했던 쉘라인은 매출이 급증, 2003년 226억 원에서 ▷2004년 327억 원 ▷2005년 551억 원 ▷2006년 1천164억 원에 이어 올해에는 1천600억 원 매출이 거뜬할 것으로 보인다. 창업 이듬해 구미에 350평짜리 첫 자가공장을 만들었던 쉘라인은 2005년 10월 대구 성서4차단지내 본사·공장을 준공했는가하면, 지난달에는 중국 텐진공장까지 문을 열었다.

"기술의 적용은 정말 무궁무진합니다. 슬라이드 기술은 휴대전화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디지컬카메라에도 이 기술이 들어가고, 내년에는 화장품 케이스에도 슬라이드를 적용, 납품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쉘라인은 특허등록이 42건(국제특허 6건)에 이르고, 출원중인 특허도 26건에 이를만큼 기술로 '똘똘 뭉쳐진' 회사다.

◆좋은 기업은 일자리로 보답

"지금 쉘라인 식구가 528명입니다. 성서4차단지에서는 가장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다음달 상장을 통해 많은 자금이 유입되면 이를 바탕으로 대구에 대규모 시설투자를 합니다. 이미 새로운 기술이 완성단계에 있습니다. 휴대전화 완성메이커의 조립비용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또다른 세계 최초 기술이 준비돼 새로운 라인만 깔면 됩니다."

이 대표는 1만 평짜리 생산라인을 대구에 또다시 갖출 것이라고 했다. 이 공장이 완성되면 무려 400개의 일자리가 한꺼번에 생긴다는 것.

"'단기간에 어찌 저렇게 빠른 성장을 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지만 저희 회사도 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휴대전화 완성메이커로부터 'No'라는 대답을 듣지 않기 위해 그야말로 피나는 아이디어 전쟁을 벌입니다. 저희 회사 연구소장은 폐차장 등 험한 곳까지 찾아 각종 기계를 뒤적이며 아이디어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모두가 열심히 뛰는만큼 우리 회사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내년엔 세계 최대의 정보통신분야 전시회인 세빗에도 부스를 내고 정식으로 참가한다고 했다. 대구·경북 지역민들이 자랑할만한 '세계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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