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세상] 본능이 꿈틀댄다 'FPS 게임'

입력 2007-10-02 07:39:08

스타크래프트 몰아낸 스페셜포스·서든어택…다음차례 '헤일로3' 대박예감

한국인들은 관계 지향성이 강하다. 게임 분야에서도 그 기질은 반영된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세계 최고 판매고를 올린 것과 '리니지' 같은 다중접속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MMORPG)이 '대박'을 터뜨린 이면에서 한국인들의 관계지향성 코드를 읽어내기란 어렵지 않다.

전략시뮬레이션·RPG와 함께 게임 시장을 삼분하는 장르는 FPS(1인칭 총싸움)다. FPS는 캐릭터의 시야와 게이머의 시야가 일치하기 때문에 몰입감이 높은 장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전략시뮬레이션이나 RPG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한국에서 FPS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맥을 못 췄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들의 기질도 변하는 것일까. 그동안 서자 취급을 받아온 FPS가 최근 몇 년 새 한국에서도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1인칭 총싸움 게임, 국내 게임계를 평정하다

한때 '국민게임'으로 불리던 스타크래프트는 왕좌에서 밀려난 지 오래고, 그 자리를 FPS 게임이 차지하고 있다. 온라인 FPS게임인 '스페셜포스'가 스타크래프트를 밀어낸 데 이어 요즘에는 '서든어택'이라는 FPS 게임이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게임트릭스'(www.gametricks.com)에 따르면 9월 27일 현재 전국 PC방 이용량 기준 순위에서 서든어택은 45주째 1위를 이어가고 있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밀리터리물인 서든어택은 이용 비중 14.45%로 2위(9.43%)인 스타크래프트를 여유롭게 앞서고 있다.

신작 리스트에는 FPS들이 넘쳐나고 있다. 레드덕이 개발한 FPS 'A.V.A'가 출시된 데 이어 '헉슬리'와 '헬게이트 런던' 등 화제작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신 게임엔진을 기초로 해 제작된 이들 화제작은 스페셜포스나 서든어택보다 월등히 뛰어난 그래픽과 사실적인 무기 구현, 다양한 협동 플레이 등을 무기 삼아 MMO(다중접속 온라인) FPS 시대의 개화를 예고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엑스박스360용 FPS 게임인 '헤일로3'가 출시되면서 화제를 뿌리고 있다. 9월 25일 출시된 헤일로3는 미국에서만 첫날 1억 7천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영화 '스파이더맨3'를 뛰어넘는 판매 기록. 170만 개 이상이 사전 주문됐으며 첫날 139만 명이 이 게임을 즐기려고 온라인에 접속했다. 국내에서도 헤일로3는 엑스박스360 최고의 히트작 '기어즈 오브 워'를 뛰어넘는 예약 판매고를 올렸다.

◆FPS 왜 인기 끄나

사람들은 왜 FPS 게임에 열광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백척간두에 선 듯한 긴장감이 가져다주는 몰입감이 그 어떤 장르보다 강한 FPS의 특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조작법이 비교적 단순한데다 타 장르에 비해 뛰어난 그래픽을 구현한다는 점도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 최대의 게임 사이트인 루리웹의 게시판에서 '까스라이타'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네티즌은 "FPS는 인간 본능에 가장 충실한 장르"라고 진단했다. Vincan이라는 네티즌은 ▷기술 집약적임 ▷간단한 조작감 ▷1인칭으로서의 몰입감을 FPS의 묘미로 꼽았다.

레드덕의 노승한 사업마케팅장은 빠른 게임 진행과 승부욕을 자극하는 게임 특징을 FPS 인기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그는 "국내에서 FPS 장르가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한 지 2년이 조금 지났다."며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게임들이 하나의 놀이 문화로 정착한 뒤, 전략적 요소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FPS가 잇따라 출시되면서 인기 흐름이 자연스레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FPS의 미래는

요즘 나오는 FPS는 전략시뮬레이션 또는 롤플레잉 요소를 가미한 퓨전형 게임들이 많다. 각 장르가 가진 장점을 혼합하는 것이 대세. 따라서 FPS가 요즘과 같은 폭발적 인기를 지속적으로 유지할지 미지수지만 FPS는 전략시뮬레이션·롤플레잉과 함께 게임 주요 3대 장르로 입지를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 올해 한국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한국에서 FPS 장르에 대한 선호도는 10.7%로 롤플레잉 장르(33.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지난해 발표한 게임백서를 통해 '해가 갈수록 한국 FPS 게임의 시장 규모는 성장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개발도 이뤄지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해용기자 kimhy@msnet.co.kr

♠ 키워드

※ FPS

FPS란 'First Person Shooting'의 약자 즉, '1인칭 총쏘기'를 의미한다. 1인칭이라는 용어가 쓰인 것은 게임 화면이 게이머의 시각과 같기 때문이다. FPS를 약간 변형한 TPS라는 게임 형식도 있다. TPS는 '3인칭 총쏘기(Third Person Shooting)'의 줄임말이다. 캐릭터의 뒷모습이 화면에 나온다는 점이 FPS와 다르다. FPS는 Frame Per Second의 약자이기도 하다. 게임 화면 또는 동영상의 프레임이 바뀌는 속도를 초 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 MMO

다수의 게이머가 온라인에 접속해 즐기는 게임 형식을 말한다. Massively Multi-player Online의 약자. MMO는 롤플레잉 게임(RPG)에서 많이 활용됐으나 요즘 들어서는 1인칭 총싸움(FPS) 게임 중에서도 MMO 방식을 결합한 것들이 나오고 있다.

※ 게임 엔진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과 배경·사물의 반응, 효과음 등을 구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반 소프트웨어 또는 관련 기술을 말한다. 게임 개발자는 게임 엔진을 기초로 블록 쌓듯이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언리얼' '퀘이크' 최신 계열 엔진의 경우 라이선스 수입가가 수 억 원을 호가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