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 공부 열심히 해야"
얼마 전 발표된 한국과학영재학교 2008학년도 신입생 선발전형 결과 대구·경북에서는 각각 5명과 1명이 합격했다. 1, 2차 전형을 통과한 학생이 적잖았는데 최종 합격자 140여 명 가운데 6명뿐이라면 다소 실망스런 결과다. 중학교 관계자들은 "진학에 대한 보다 확고한 목표 의식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마침 대구 출신 한국과학영재학교 1학년생들이 추석 연휴 동안 집에 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달 27일 만났다. 그동안의 학교 생활과 달라진 점, 생각들을 들어보면 진학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입학 직전인 지난 2월(본지 2월 13일자 보도)과 비교하면 한층 성숙해진 모습이었다.
그동안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바쁘다'와 '몰두'라는 두 마디로 집중됐다. 장준오 군은 "처음에는 바쁜 생활에 적응도 못했었는데 이제 겨우 따라잡는다. 그래봐야 할 일을 까먹지 않는 정도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김영우 군도 "지난 반 년 동안 한 일이 과거 어느 반 년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수업뿐만 아니라 특별활동 등 많은 걸 했고, 거기에 빠져 지냈다."고 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공부를 대하는 태도였다. 안가람 군은 "초·중학교 때는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고 진도도 늦은 편이었는데 입학 후에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장 군은 "예전에는 주어진 것을 외우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궁금한 걸 스스로 찾아서 한다."며 "쓸데없는 시간 낭비를 줄이고 그 시간에 나만의 공부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일과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9시까지 자습-수업-자습이 반복되고, 틈틈이 태권도와 취미, 동아리 활동을 하며, 새벽까지 과제와 연구 등으로 빡빡하게 돌아간다. 일주일인 시험기간에는 2, 3일쯤 밤샘하는 게 보통. 공부에 질릴 만도 한데 이들은 벌써 몰입과 여유를 편하게 오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진학을 희망하는 후배들이 학교의 어떤 점을 알아야 목표 의식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안 군은 "자기가 하고 싶은 시간에, 하고 싶은 곳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고 했다. 공부에 눌려 지내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좋아하는 분야에 몰두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김영우 군 역시 "일반고나 과학고처럼 입시, 올림피아드 등에 매달리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김지수 군은 "일반 학교에 비해 대단히 많은 실험과 보고서 작성 등의 수업 방식이 좋다."고 했다.
이들은 가장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은 R&E(Research and Education)라고 입을 모았다. 희망이나 관심 분야를 자유롭게 정해 대학 교수, 교사와 팀을 이뤄 학기 중에는 연구하고 방학 때는 국내·외에서 현장 학습을 실시한 뒤 연구논문으로 발표하는 형태다. 1학년 때부터 진행되는 해외 교류 프로그램도 인기였다.
입학 준비에 대해 조언을 구하자 지난 2월보다 한결 구체적인 답변이 나왔다. 안 군은 "국어 빼고는 영어 원서 수업이기 때문에 영어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특히 독해력이 중요하다."며 "공부 외에 악기나 운동, 게임 등 다양한 분야 가운데 적어도 한두 가지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우 군은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의 공부를 찾아서 열심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했다.
장 군은 "많은 변화가 기다리고 있으므로 현재의 상황에 머물지 말라."고 어른스레 말했다. 그는 입학 후 첫 수학 퀴즈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학생들 평균이 50점이었습니다. 몇몇은 엎드려 울었습니다. 어려움을 모르고 공부를 해왔기 때문이지요. 어떤 일이든 생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뭐든 수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변화를 즐길 수 있습니다."
이들은 "영재는 가능성이 0.1%라도 있다면 누구나 해당된다."며 "스스로에게 후회가 생기지 않도록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고 결론 내렸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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