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기업에 세금납부 연장…납세자 중심 세무행정 펼 것"
기업인들에게 호환(虎患), 마마보다 '무서운 존재'가 있었다. 바로 세무공무원.
세월이 가고, 시대가 바뀌고 있지만 기업들의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뒤집고 다니는 세무공무원이 있다. 김만헌(42) 북대구세무서 세무조사관.
1일 오전 대구상공회의소에서 표창을 받은 김 조사관은 그의 담당구역인 대구 3공단 일대 400여개 업체로부터 '친절한 김 조사관'으로 통한다. 그래서 그를 눈여겨본 몇몇 대구상의 회원 기업들이 대구상의에 표창 수여를 공식 요구했고 상의가 3개월동안 자체적으로 표창 수여 가능여부를 조사한 뒤, 세무공무원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경제단체 표창을 받게됐다.
"이름만대면 알만한 대기업이 법인세 수억 원을 잘못 신고했습니다. 때문에 내지 않아도 될 세금 수억 원을 내게됐죠. 그런데 문제는 이를 바로잡아 환급받을 수 있는 기간도 지나버렸다는 겁니다. 사실 공무원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 지나갑시다'라고 말하면 편합니다. 그래도 그럴 수 없더군요. 세무서 윗분들과 협의, 위원회 개최까지 한 끝에 더 낸 세금을 다시 돌려드렸습니다. 물론, 관련 사례·판례 등을 뒤져 환급 당위성을 찾느라 땀은 좀 흘렸죠."
그는 큰 기업조차 세금을 잘못내는 경우가 많은데, 3공단의 작은 기업은 오죽하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그는 귀찮더라도 혹시 중소기업들이 계산을 잘못해 더 낸 세금이 없는지 꼼꼼히 챙긴다고 했다.
"요즘 경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워낙 경기가 좋지 않으니 돈이 돌지 않습니다. 기업들로부터 세금을 걷는 저는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며칠전 저를 찾아온 기업인은 납품대금을 받지못해 걸어둔 소송만 4건에 이른다고 하더군요. 물건 만들랴, 채권 회수하러 소송하느라, 요즘 중소기업인들 정말 살아남기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제도가 허락하는한 어려운 기업들에게는 최대한 세금납부를 연장해주려고 애씁니다."
그는 공무원은 서비스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윽박질러 세금을 받아낼 수도 있지만 그 길은 가지 않는다고 했다.
"'친절함'을 유지하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2천500만 원의 세금을 내지 않는 기계제작업체 사장님이 있었죠. 하도 어렵다고 하소연하길래 세금 납부를 연장해줬는데 어느날 연락도 없이 무단폐업을 해버리더군요. 뒤통수를 맞은거죠. 배신감도 들었지만 실망하지 않습니다."
김 조사관은 법인세 신고 간담회도 예전엔 기업인들을 세무서로 '불러들여' 열었지만 자신이 아이디어를 내 최근엔 세무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연다고 했다. 납세자 중심 세무서비스가 되어야한다는 것.
"잘은 모르지만 건설경기가 죽어있는 것이 경기전반에 가장 큰 악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가장 크다 할 수 있는 건설경기가 빨리 살아나 기업들도 즐겁게 세금을 내고, 저희도 체납걱정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최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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