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족들이 모여 학교 하나 만들어도 되겠다.'는 농담을 듣기도 합니다."
올해로 38년 6개월째 교직에 몸담으면서 최근 울릉 섬마을 교육의 수장을 맡아 부임한 임학빈(58) 울릉교육장의 가족은 전국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남다르다.
본인을 포함해 3녀 2남, 큰사위, 큰 며느리까지 모두 8명이 유치원, 초·중등 교육현장에 골고루 포진해 있는 교육자 집안인 것. 장녀 명란(37·위덕대 컴퓨터 공학과 강사), 차녀 은주(35·포항청림초등학교 병설유치원), 3녀 현주(33·예천초교), 장남 성목(31·구미금오공고), 차남 성균(29·상주중동중), 큰사위 전문희(38·포항제철고), 큰며느리 유재은(31·구미 상모유치원) 씨가 모두 선생님이다.
그러다 보니 임 교육장은 "딸, 아들, 사위, 며느리까지 교직에 있어 마음이 든든하다. 가족이 모이면 교무회의 하는 분위기"라고 자랑한다. 교육가족의 장점으로 여름방학에 전 가족이 휴가를 함께 갈 수 있고 수시로 만나 교육이야기를 하다 보니 전문성 신장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꼽았다.
지난해 스승의 날에는 교원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54회 교육공로자 표창식에서 교육가족상을 받았다. 교육가족상은 가족(직계 존·비속 및 배우자) 중 6인 이상이 교원이어야 주어지는데 당시 전국 다섯 가족 수상자 중 경북에서는 유일하게 임 교육장 가족이 수상했다.
딸 아들 모두가 교직에 투신하게 된 배경이 있다. 교직자 박봉의 어려운 형편 때문에 자식 모두를 대학에 보내기가 어렵다는 생각으로 자녀들에게 사범대학에 갈 것을 권유했고 이들도 말없이 따라준 것. "요즘 생각하면 고마움과 미안함을 가슴에 함께 담고 있다."고 임 교육장은 말한다.
특히 차남 성균 씨의 경우 행정학을 전공한 후 ROTC 중위로 군복무를 마치고 다른 분야에 취업을 준비 중인 것을 보고, 가족들이 교직을 권유하는 바람에 사범대학 3학년에 편입해 중학교 영어 선생님으로 투신했다. 성균 씨는 "부모님으로부터 제자들이 기억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과 함께 교사는 수업이 우선이다, 수업에 자신있는 교사가 되라는 조언을 자주 듣는다."고 말했다.
막내딸 현주 씨는 "어릴 때는 커서 아버지보다 잘 가르치고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교직생활을 하다 보니 선배로서 아버지가 우러러 보인다."며 교직의 어려운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고향이 안동인 임 교육장은 안동교대, 한국교원대 대학원 체육교육학 석사를 취득한 학구파. 초등학교에서 10여 년을 근무해 오다가 중등검정고시를 치러 중등학교로 옮겼다. 예천하남초교, 문경고, 안동여고, 안동고, 예천여중 교감, 상주교육청 장학사, 예천 풍양중·고 교장, 안동교육청 학무과장을 거쳤다.
1995년 모교인 안동고등학교 체육교사 시절에는 당시 권기대 군을 인문계 고등학교 전국 수석으로 지도해 권 군과 함께 청와대에 초청받기도 한 소문난 열성파 선생님이었다.
"낮에는 농사일을, 밤엔 안동 풍천면 도양리 마을에서 동네 아이들을 모아 한학을 가르치다 고인이 되신 부친의 간곡한 뜻에 따라 교직에 종사하게 됐지요."
임 교육장은 "자식들에게 지식은 파는 게 아니다. 사랑으로 가르쳐야 진정한 교육이다. 제자들이 아름답게 성장하는 모습이 가장 큰 기쁨이다고 말한곤 한다."면서 "교육장 첫 부임지인 울릉지역에서 꿈을 가꾸는 교육 실천을 목표로, 사교육비 경감 및 특기적성교육 정착, 21C 지식 정보화 사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 문화풍토 조성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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