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부패지수

입력 2007-09-29 10:03:22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數値(수치)들이 등장한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각국의 공공부문 부패정도를 가늠하는 '부패인식지수'를 공개한 것이다. 한국은 10점 만점에 5.1점으로 180개국 가운데 4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한 단계 떨어졌다. 소득 수준이 우리의 4분의 1에 불과한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수준이라고 하니 한국사회의 '악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기억하기 싫지만 지난해 이맘때 역시 국제투명성기구가 '뇌물공여지수(BPI)'를 공개했다.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83점으로, 세계 수출을 주도하는 30개국 중 21위를 차지했다. 뇌물과 부패에 있어서는 아직도 후진국인 셈이다.

'부패와의 전쟁'은 어느 정권 할 것 없이 통치의 기본이념이었다. 특히 부패방지법이 제정되고 국가청렴위원회까지 구성돼 '감시의 눈'이 드높아진 마당에 부패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나라 국민 중 살기가 '좋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사회가 '맑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뉴스만 봐도 '썩은' 정도를 알 수 있다. 부패의 본산은 공공부문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 직원 중 10% 정도가 청탁, 압력, 뇌물수수 등으로 징계를 받았다고 한다. 불공정을 바로잡아야 할 기관의 부패 수준이 이 정도니 공정위가 왜 있는지 존립 자체가 의심스럽다.

더 한심한 건 내년에 공무원'군인연금 적자 보전액이 2조 원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언제 깨질지 모르는 판국인데 공무원'군인연금은 국민 세금을 짜내서라도 각별히 보전해주겠다고 하니 한숨부터 나온다.

지금 청와대 권력형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내일이면 당장 드러날 사실인데도 '아니다'라는 거짓말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지도층의 마음가짐이 이렇게 썩어있는데 물질적인 부패야 오죽하겠는가.

부패가 성행한다는 것은 '원칙'이 무너졌다는 얘기다. 신뢰와 믿음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그래도 이렇게 성장한 것은 사회적 자본 덕택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부패와의 전쟁'이 아니라 '부패와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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