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데이)아빠·엄마의 사랑이 주춧돌

입력 2007-09-29 07:21:02

자랑스럽기만 한 내 동생(유상봉·32)이 일본에서 개최되는 '2007 장애인 기능올림픽'에 국가 대표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작년까지 컴퓨터 AS센터를 운영하다 만학의 꿈을 가지고 영진전문대에 입학해 열심히 공부만 하는 줄 알았는데 지난 6월 열린 경북선수권대회에서 컴퓨터부문 대상을 탔다고 해서 가족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대회준비나 출전내용까지 우리에게 비밀로 했으니까요.

그러다 9월에 열린 전국대회에서도 대상을 차지해 이번에는 11월 열리는 세계대회에 한국대표로 일본까지 가서 실력을 발휘한다고 합니다.

언제나 부족하기만 한 누나로서는 놀랍고 한없이 자랑스럽기만 합니다.

동생은 두 돌 즈음에 식구들이 보는 앞에서 사고를 당해 의사들마저 포기할 정도의 화상을 입어 안면에 큰 화상 자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자국은 동생이 성장해 오면서 항상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야 할 산이었고 때로는 아픔이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항상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부모님과 형제는 언제나 힘겨운 싸움에서 이기기만 하는 동생이 무지 대견했답니다.

지난달부터 경기도 광명 장애인 고용복지공단에서 3개월 연수를 하고 있는 동생은 국내외 최고의 교수님으로부터 최고의 교육을 받고 있다며 연수가 너무 재미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최선을 다해 메달을 꼭 따고 싶다고 하며 웬만해선 호언을 하는 편이 아닌데 아마도 점차 자신이 붙는 모양입니다.

자신의 장애가 감추어야 할 아픔이 아니라 평생 같이 가야할 동행이라고 생각하는 동생에게 어쩌면 이번 대회는 또 다른 인생의 단계가 되어줄 것입니다.

여덟 살 때, 모자를 푹 눌러쓴 동생이 아빠의 큰손을 잡고 컴퓨터학원에 등록하던 날을 나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같이 시작한 컴퓨터공부를 나와 오빠는 1년도 안 돼 포기했지만 20년이 넘게 전공으로 삼아온 동생이 끈기와 오기로 또 긍정적인 힘으로 앞으로도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하기를 빌어봅니다.

20년 전 그날의 선견지명과 끈질기게 독려해주신 부모님이 계셨기에 지금의 의젓한 우리 상봉이가 있습니다. 아빠, 엄마 그간 동생에게 보여주신 사랑과 관심이 그 아이의 앞길에 최고로 빛나는 주춧돌이 될 테니 이제는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어놓으세요. 사랑합니다.

유정연(대구시 달서구 송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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