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에 관한 '대구의 택시 안 민심'은 어떨까? 손님을 기다리며 늘어서 있는 택시 기사들을 만났다.
"할 말 없다, 대선은 아직 많이 남았다. 손님은 없고, 택시는 이렇게 줄지어 서 있다. 먹고살기도 어려운 마당에 대선은 무슨 대선이냐." 대화를 시도한 절반의 기사는 그런 반응이었다. 이야기를 나눈 나머지 절반이 전하는 택시 안 '익명의 민심'은 솔직하고 원색적이었다.
△ 박근혜 탈락, 너무 아쉬워
중년 여성들은 박근혜 후보의 한나라당 경선 탈락을 무척 아쉬워했다.
"박근혜씨가 대통령 후보가 되고, 대통령이 됐더라면 한국은 달라졌을 것이다. 너무 아쉽다. 박 후보가 탈락하고 나니 쳐다볼 사람이 없다. "
박근혜 전 대표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투표 안 하고 싶다. 누굴 뽑아도 헛일이다."라고 했다. 중년 여성들 중에는 박근혜 전 대표를 '박근혜씨'가 아니라 '근혜씨'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 근혜씨'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고 싶은 말이 한마디도 없다던 사람들이 박근혜 전 대표의 이야기가 나오자 아쉬움을 쏟아냈다. 그들은 다시 박근혜 후보가 출마한다면 무조건 찍겠다고 했다. 박근혜 후보가 표를 분산해서 '제2의 이인제'가 된다고 하더라도 투표하겠다고 했다.
중년 여성들은 "젊은 사람들은 모른다. 박정희 대통령이 잘못이 있다고 해도 한 일이 엄청나게 많다.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것은 모두 박정희 대통령 덕분이다. 박정희 대통령처럼 오직 나라를 위해 일할 사람은 박근혜씨 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 대구 사람들은 바보다
"대구 사람들은 바보다. (이 보다 더 심한 표현도 했다.) 경상도에는 돈이 없다. 돈이 전부 저쪽(호남)으로 가지 않았나? 저쪽은 선거 때마다 90%가 넘는 몰표를 준다. 그게 무슨 선거냐? 그렇게 해서 정권잡고 돈도 가져간다. 이제는 대구'경북에도 돈이 좀 들어와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거짓말쟁이들 말에 속지 말아야 한다. 경상도도 이제 단결해서 몰표를 몰아 주어야 한다. 모두, 왕창, 한 사람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한다. 정치인들에게 대구'경북 사람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가르쳐 주어야 한다. 대구'경북의 표가 흩어지니 정치인들이 우리를 깔보는 것 아니냐?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밉다, 곱다.'하지 말고 우리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후보에게 몰표를 몰아주자."
중년의 이 택시기사는 열을 올리다못해, 화를 냈다. 그는 자신도 '박근혜를 지지했다.'며 그러나 "이렇게 된 이상 서운해도 할 수 없다. 이명박을 밀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이명박 후보에 대한 엇갈린 평가
택시기사들은 "손님들 중에 이명박 후보를 '도둑'에 견주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유일한 사람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여권에서 '제2의 김대업' 같은 인물이 나올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제2의 김대업'이 나와도 별반 위력이 없을 것이라는 말도 했다. 이명박 후보에게 실제 흠이 있더라도, 사람들은 '음해공작' '제2의 김대업 사기'로 치부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결국 '김대업 학습효과'가 이명박 후보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분석이었다. 범여권에서 어떤 '이벤트'를 만든다고 해도 이명박 후보가 이회창 후보처럼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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