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함께-문인수 作 '달북'

입력 2007-09-26 09:20:58

달북

문인수

저 만월, 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아무런 내용도 적혀 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 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 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 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

달은 왜 둥근가. 속이 꽉 차있기 때문이다. 축구공을 봐서 알겠지만 속이 꽉 차지 않으면 둥근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달 속에 꽉 찬 것은 무엇일까. 시인에 따르면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그러나 그 말씀은 귀로는 들을 수 없고 눈으로만 들을 수 있다. 쉽게 말해 달빛이 말씀이라는 거다. 그러므로 그 말씀은 침묵일 수밖에 없을 터.

침묵이지만 그 속에는 얼마나 많은 할 말이 채워져 있는가. "밥은 잘 먹고 다니느냐"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느냐" "몸 아픈 데는 없느냐". 저승에 가서도 염려하는 어머니의 말씀. 말씀이 붐비는 달이므로 만개한 침묵. 고금에 걸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달의 마음을 읽었으랴. 두둥둥 북소리처럼 번지고 번지는 한가위 보름달빛. 큰 바다 건너 먼 곳에 공부하러간 우리 딸들도 이 달북이 전하는 말씀 눈으로 듣고 있으리라.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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