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물들 대부분 훼손…감식 결과 6개월~1년 뒤 나올 듯
'이번에는 화재원인 밝혀질까?'
15일 발생한 한일합섬 대구공장 화재와 관련(본지 17, 18일자 8면 보도), 화재 원인 규명이 제대로 이뤄질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4년 전 똑같은 장소에서 발생한 한일합섬 대구공장 화재의 경우 100억 원대(회사 주장)의 재산 피해만 남긴 채 결국 '화인 미상'으로 내부 종결됐기 때문.
◆수사 진행 상황=경찰은 17일 오후 5시 53분쯤 만 이틀 만에 잔불 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이르면 20일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소방,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와 합동 현장감식반을 편성, 현장 정밀감식을 벌일 계획이다. 경찰은 현장감식의 경우 최소 2, 3일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한일합섬 D건물 외부 등 공장 곳곳에 설치된 CC TV 9대를 확보했다. 그러나 화재로 메모리카드가 대부분 훼손됐으며, 일부 복구한 CC TV 촬영 화면도 화재 당일인 15일 오후 1시 30분까지만 나와 있을 뿐 발생시각인 오후 5시 54분 전후의 녹화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에 패널 지붕과 철골 구조물이 내려앉아 이를 모두 들어낸 뒤 감식을 벌여야 한다."며 "하지만 화재 진압이 늦어진데다 CC TV 등 화인규명에 필수적인 증거물들이 대부분 훼손된 것으로 보여 감식을 통해 원인규명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감식 결과는 수거한 물품이나 증거품에 대해 화학·물리적 조사 연구 등을 거쳐 6개월~ 1년 정도 뒤에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화 가능성은 없나=경찰은 방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4년 전 화재에 이어 또다시 같은 곳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데다 화재 원인을 결국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 당시 화재때 한일합섬은 보험사들로부터 150억 원 정도의 피해보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경찰 및 소방 등은 현재로선 방화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철저히 조사할 방침을 세우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부직포 창고는 안에서 잠겨 있었고, 창고 내 직원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 패널로 가로막힌 옆 기계실에서 잔업 중이던 P씨(36)가 부직포 창고와 연결된 파이프에서 연기가 새나오는 것을 보고 함께 근무하던 M씨(44), C씨(34)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공장의 경우 부직포 창고는 내부에 3개의 잠금장치가 돼 있어 스판공장 작업장으로 연결된 자동 셔터 통로를 통해서만 밖으로 나올 수 있어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당시 잠금장치가 내부에서 잠겨 있었는지, 부직포 창고에 직원이 있었는지 여부 등에 대해 가장 먼저 수사할 계획"이라며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부직포 창고에서 포장작업을 벌인 직원 3명을 대상으로 우선 조사했으나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일합섬 미스터리(?)=경찰은 같은 공장, 그것도 화재로 새로 지어진 건물에서 또다시 대형 화재가 발생한데다 보험금도 적지않아 계속 방화 의혹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재로 현장이 잿더미가 됐을 경우 화인을 밝히기 어렵다는 점도 방화 소문 및 의혹을 짙게 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보인다는 것.
이에 경찰은 4년 전 발생한 한일합섬 화재 수사 내용 등을 토대로 이번 화재와의 유사점에 대해서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4년 전 화재 당시 원사창고 내부에서 지게차를 수리하던 직원들이 추운 날씨를 피하기 위해 모닥불을 피웠다는 의혹을 접수해 수사에 나섰으나 지게차 고장이나 수리 여부 등을 확인하지 못해 실화 등의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또 당시 노조관계자가 회사와의 불화 등을 이유로 불을 질렀다는 의혹도 제기돼 휴대전화 기지국 확인과 알리바이 수사 등을 했지만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또 국과수는 화재 현장이 잿더미로 변했기 때문에 누전 등의 화인을 밝혀내지 못했고, 경찰도 방화 혐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화인 미상'으로 수사 7개월만인 2004년 7월 6일 내사종결됐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공장에서 대형화재가 두 번이나 발생했으며 대부분 잿더미로 변했고 보험 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한 치의 의혹도 없도록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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