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안동에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께서 돌아가셨다. 우연히 TV를 보다가 그분을 애도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그분은 평소에 "내가 환생한다면 건강한 남자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 그리고 스물다섯 살이 되면 스물두 살의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라고 말하셨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분은 평생 병약해서 홀로 외로이 사시다가 가신 것이리라. 그리고 이 말은 자신의 신세 한탄이 아니라 자기보다 건강하고 능력 있고 더 축복받은 많은 사람들에게 왜 삶을 더욱 열정적이고 멋있게 살지 못하느냐고 묻는 것이리라.
그런 그의 마지막 유언이 "여러분 제발 미워하지들 마세요!" "제발 싸우지들 마세요." 이 두 마디였다니 참으로 선생다우신 소박하고도 가슴 저미는 말이 아닌가 싶다. 나는 한 번도 그분을 만난 적이 없는데도 그 말을 듣는 순간 오랜 친구나 다정한 선생처럼 느껴져서 몇 달이 지난 지금도 그분의 말이 내 가슴을 치고 있다.
나는 건강하고 축복받은 남자이고 또 남이 부러워할 만한 가정을 가졌는데, 얼마나 그것들에 대해 감사하고 열정적으로 사람들을 사랑했는지, 또 남들을 향해서 "여러분, 제발 서로 미워하지들 마세요. 싸우지들 마세요."라고 떳떳이 말할 수 있는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우리는 예술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예술가'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실상 예술 행위를 하는 사람들끼리는 아무한테나 '예술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노래를 전공해서 오페라가수가 되면 성악가라고 하고, 그림을 잘 그리면 화가라고 부른다. 곡을 잘 쓰면 작곡가이고, 글을 잘 쓰면 문학가, 시를 잘 쓰면 시인, 디자인을 잘하면 디자이너라고 부르지 '예술가'(아티스트)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일까? '예술가'는 단순히 자신의 능력이 탁월하거나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서 좋은 연주를 하거나 걸작을 남기는 사람이 아니라, 예술작업이나 행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감동시켜서 높은 수준으로 고양시키는 사람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뿐 아니라 이웃과 사회의 정신세계에까지 좋은 영향을 끼치고 행복감을 심어주며 갈등과 싸움을 평화롭게 만드는 사람들을 부르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예술 행위를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예술가가 된다는 것, 더구나 진정한 예술가로 불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다음에 어떤 예술가가 돌아가실 때, 천상병 시인처럼 아름다운 세상에서 소풍 잘 하다가 떠난다고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박명기(대구문화예술회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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