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맛보면 마니아로…회는 뼈째, 구이는 내장째 먹어야 제맛
가을이다. 풍성한 먹을거리에, 단풍 등 볼거리가 유달리 많은 계절이다. 가을에 맛이 깃드는 산해진미가 전국에 넘쳐나고 단풍과 낙엽, 그리고 활짝 핀 코스모스 등 어디를 둘러보더라도 낭만과 풍요로움이 넘쳐난다. 가을에 꼭 먹어봐야 할 대표 먹을거리를 골라봤다. 성미 급하게 가을을 맞을 수 있는 대구 근교 드라이브 길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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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도다리, 가을 □□', '가을 □□ 머리에는 참깨가 서 말', '집 나간 며느리도 □□ 굽는 냄새 맡으면 돌아온다', '□□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
먹을거리 하나를 두고 '예찬'이 이렇게나 화려할 수 있다. 전어(錢魚)를 두고 하는 얘기다. 끝이 없는 전어 예찬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전어는 바닷가 사람들만 먹던 고기였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전어 열풍이 불어 지금은 전어를 먹기 위한 모임까지 만들어지는 등 전어 마니아가 부쩍 늘었다.
가을의 전령, 전어의 맛을 확인하기 위해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의 한 횟집을 찾았다. 대구의 전어 애호가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집이다. 초저녁 무렵이지만 식당은 벌써부터 전어를 맛보려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전어회와 구이를 시켜놓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전어는 벼가 익을 무렵, 살이 통통하게 오른다. 가을이면 지방질이 가장 많아져 온몸에 기름기가 자르르 흐른다. 가을 전어의 기름 성분은 봄, 겨울철보다 최고 3배나 높다. '깨가 서 말'이란 말도 그래서 생겼다. 이름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다. 맛이 너무 좋아, 사는 사람들이 돈(錢)을 생각지 않기 때문에 전어라고 불렀다는 설, 고대 중국의 화폐 모양과 생김새가 비슷해 붙인 이름이라는 얘기도 있다.
기다리는 사이 전어회가 먼저 상에 오른다. 은빛 비늘로 뒤덮여 있는 전어는 회로 먹어도 좋고, 갖은 야채와 함께 초고추장에 버무린 회무침도 좋다. 야채에다 전어를 올리고, 마늘과 된장을 같이 얹어 쌈을 싸 입에 넣는다. 씹으면 씹을수록 전어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입에 감돈다. 전어회 한 쌈에 소주 한 잔이면 세상의 시름을 잊을 수 있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윤상열 사장은 "빼째 써는 전어는 대각선으로 어슷하게 썰어야 회의 길이도 길고, 뼈도 적게 씹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또 남해안에서 나오는 1등급 전어에다, 회를 썰어 7시간 정도 숙성하는 것도 맛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회에 이어 노릇노릇하게 구운 전어구이가 나온다. 칼집을 내어 굵은 소금을 뿌려 잠시 재어 둔 전어를 석쇠에 올려 숯불에 구웠다. 구울 때 나는 고소한 냄새가 1㎞ 거리까지 퍼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어 구이는 대가리와 내장을 발라내면 헛것을 먹은 셈. 일단 손으로 대가리와 꼬리를 잡고 통째로 들고 먹는다. 처음엔 단단한 뼈가 부담스러웠지만 계속 씹으니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내장 부분도 살과 함께 먹는다. 대가리가 고소한 맛에서 최고라면 씁쓸한 맛의 내장과 고소하고 차진 살은 또 다른 별미다. 몸통의 살은 뼈를 피해 발라 먹으면 된다.
글·이대현기자 sky@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 유명 산지는?
경남 하동과 사천, 전남 광양과 보성, 충남 서천이 이름난 전어 산지다. 특히 하동과 사천의 전어가 맛이 있기로 소문이 나 있다. 이 지역에서 잡히는 전어는 센 물살 덕분에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맛이 고소하기 때문이다.
대구의 횟집들은 매일 산지에서 살아 있는 전어를 공급받아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재래시장에서는 활어가 아닌 선어를 판매하는 것이 대부분. 전어횟집의 경우 15마리를 뼈째 썰어주는 회(1kg 가량)가 3만 원, 전어 6~8마리 구이가 1만 원, 회무침이 1만~2만 원이다. 다른 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 전어 회 한 접시면 성인 3, 4명이 먹을 수 있다.
한국종합수산이나 대구공동어시장 등 전어를 대량으로 취급하는 곳에서는 가격이 좀 더 저렴하다. 대구시 동구 용계동 한국종합수산의 경우 전어회 2인분(500g)이 1만 1천 원이며, 조만간 판매를 시작할 구이는 크기에 따라 마리당 500~1천 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서부정류장 부근 복개도로에 마련된 회시장에서도 전어를 저렴하게 팔고 있다.
이대현기자
▶▶ 고르는 법은?
가을에 몸길이가 20cm 정도로 자란 전어는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지방질이 다른 철에 비해 최고 3배나 더 많아 고소한 맛이 절정에 달한다. 열량도 많지 않아 다이어트에도 좋다.
전어는 가을이 되면 뼈까지 부드러워져 먹기가 훨씬 좋아진다. 그 중에서도 더 맛있는 전어를 고르기 위해서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먼저 전어의 크기와 비늘의 색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귀띔한다. 약 15cm 정도 크기로 몸에 생채기가 적은 지를 먼저 체크하는 것이 좋다. 또 비늘이 많이 붙어있고, 윤기가 나는 것이 좋으며, 배 부분이 은백색을 띠고, 등 부분은 초록색 빛을 띠고 있는 것이 좋은 전어다.
요리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의 세계를 선사하는 전어지만 회와 무침, 구이 등 어떻게 먹어도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뒷맛은 공통적이다. 회나 구이로 즐기는 전어의 크기는 15㎝ 정도가 적당하고, 회로 먹을 경우 생선살과 뼈를 함께 썰어내는 '뼈회'(세코시회)로 주로 즐긴다. 회덮밥, 찜으로 상에 올리기도 한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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