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투표일을 100일밖에 남겨두고 있지 않은 10일 현재까지도 대선구도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한나라당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후보로 확정해 놓고 있을 뿐 원내 1당인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은 아직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다.
2002년 대선에서는 이때쯤이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대진표가 짜여 경쟁이 뜨거웠다. 당시의 여론지지율 역시 후보별로 20~30%대를 유지, 어느 후보도 압도할 정도는 못됐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가 50%를 넘는 지지율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다른 후보들은 10%를 제대로 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다.
그럼에도 범여권은 남은 100일 동안 박빙의 판세로 몰아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또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 ▷이명박 후보 검증 ▷한반도 평화체제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 ▷노 대통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의중 등을 주요 변수로 꼽고 있다.
◆범여권 후보단일화
성사될 경우 범여권 지지세력의 대결집을 유도, 이명박 후보와의 팽팽한 싸움이 될 것이란 게 정치권 다수의 전망.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이 각각 10월에 후보를 선출한 뒤 11월 중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란 얘기가 들린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등 정치권 밖의 주자들까지 가세할 경우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성사 가능성은 아직 속단키 어려운 상황. 범여권 내부적으로는 단일화를 필연적 수순으로 꼽고 있지만 각 당(정파)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패인 갈등의 골을 메우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각 세력 간에는 대선에 못지 않게 내년 총선을 의식한 계산도 엇갈릴 것이다.
특히 민주당은 대통합민주신당을 사실상의 열린우리당이라고 몰아붙이며 국정실패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통합을 거부해 왔다.
또 후보 단일화와 관련해서도 민주당 중심론을 펴고 있다. 민주당 후보들 중 여론지지율 선두를 고수해온 조순형 후보가 이를 거듭 역설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대통합민주신당 일각에서는 후보 단일화에 대한 우려가 들리고 있다.
후보단일화에 실패하게 된다면 범여권에서는 제3후보가 부상할 수 있고, 그만큼 선거전은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명박 후보 검증
범여권에서는 정기국회를 통해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집중 제기하겠다는 움직임이다. 한나라당 경선을 통해 제기됐었지만 충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 예전에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두 차례나 대선에서 낙마시켰던 네거티브 공세가 이번에도 주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 후보 측은 한나라당 최초로 후보에 대한 당내 검증을 통해 의혹들을 걸렀던 만큼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범여권 후보에 대한 맞공격을 벼르고 있다.
이 후보에 대한 검증문제로는 한나라당의 경선 막바지에서 집중 공격을 받았던 '도곡동 땅' 의혹을 비롯해 투자자문운용회사 BBK의 주가조작사건 연루의혹,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등이 꼽히고 있다.
당내 경선에서는 그다지 부각되지 않았던 '에리카 김 의혹'은 물론, 새로운 의혹들도 제기될 것이란 얘기가 들리고 있다. 에리카 김은 지난 1974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27세 때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딴 인물로, BBK 등 이 후보와 관련된 의혹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다음달 중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BBK 김경준 사장이 친동생이며, 김 사장을 이 전 시장에게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10월 초로 예정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문제가 대선의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주도해 왔던 '경제이슈'에 맞서 범여권이 정상회담에 힘입어 '평화 이슈'를 본격적으로 부각시킬 경우, 양측의 이슈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선판도 흔들릴 수 있다. 범여권 주자들은 지금까지 평화 이슈에 관한 한 대표주자임을 부각시켜왔다.
남북문제의 경우 대북 포용기조를 유지해온 범여권이 비교 우위를 보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중대한 진전을 가져오는 성과가 도출될 경우 범여권의 대선가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중도성향의 표심이 상대적으로 이 문제에 관한 한 수세였던 한나라당으로부터 대거 범여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그러나 대선 표심을 겨냥한 북풍(北風) 논란에 휩싸이거나, 정상회담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범여권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DJ 의중
이들 전·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 미칠지, 두 사람의 뜻이 합치될지 등도 관심사.
노 대통령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와 유시민 의원 등 친노 의원들 쪽으로 기울어 있으나, 이들 중의 특정후보에 대한 쏠림은 뚜렷이 표출되지 않고 있다. 다만 여론지지도 선두권을 고수해온 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에 대해선 비판 수위 등을 감안할 때 염두에 두지않고 있는 듯하다.
DJ는 범여권의 대통합을 역설하고 있을 뿐 특정주자에 대한 호(好)·불호(不好)를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햇볕정책을 계승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 여부가 주요 가늠자가 될 것이란 게 범여권의 대체적인 시각.
또한 열린우리당에 대해 사과를 촉구한 최근 발언 등을 고려하면 친노 후보들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노 대통령과 DJ간의 균열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러나 두 전·현직 대통령이 그동안 각론 차원의 이견에도 불구, 재집권 필요성이란 총론에선 공감대를 형성해왔던 만큼 범여권 경선 과정에서 협력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박근혜 전 대표 행보
당내 경선에서 패한 그가 이 후보 지원을 위해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한나라당의 정권교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대위원장 등을 맡아 적극적으로 이 후보의 선거 지원에 나설지, 아니면 말 그대로 백의종군함으로써 소극적 역할에 머물 것인지가 주목된다.
이 후보 측이 당내 세력구도 재편 과정에서 박 전 대표 측에 대한 배제 전략을 구사할 경우,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후보경선을 통해 당심(黨心)에서는 박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탈당 등 극단적인 선택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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