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놓고 먹을 게 없네…식품 첨가물의 진실

입력 2007-09-10 07:45:51

어머니 생태체험교실.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알아보는 실험을 하고 있다.
어머니 생태체험교실.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알아보는 실험을 하고 있다.

딸기우유에 '딸기'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소비자는 없다. 그렇다면 그 고운 빛깔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딸기우유의 분홍빛은 연지벌레를 말려 갈아넣은 코치닐 색소가 내는 색이다. 연지벌레는 선인장에 사는 벌레로, 옷감을 염색하던 것이다.

연지벌레로 만든 코치닐 색소는 보라·분홍·주황 등 고운 빛깔을 내기 때문에 맛살, 햄, 사탕 등 가공식품에 두루 쓰인다. 문제는 이것이 알레르기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첨가물이지만 '천연색소'라고 표기된다는 것.

푸른평화생활협동조합은 지난달 31일 '어머니 생태체험교실'을 열어 식품첨가물의 유해성을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20여 명의 주부들이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날 진행된 실험은 콜라 속 설탕의 양을 직접 측정해보는 것이다.

행사를 진행하는 박선희 푸른평화생협 사무국장은 "600㎖의 콜라 속에는 12%의 가당이 들어있어요. 이것을 설탕 양으로 환산해보면 이쯤 됩니다." 하며 흰 설탕을 컵에 붓자, 컵의 절반이 흰설탕으로 가득 찼다. 주부들은 "콜라가 해롭다는 것은 알았지만 설탕이 이렇게 많이 들어있는 줄 몰랐다."며 혀를 내둘렀다.

다음은 발색제를 추출하는 실험. 일반 햄에 아질산나트륨이 얼마나 많이 포함돼 있는지를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했다. 또 발암물질 논란이 있는 타르색소를 물에 타니 고운 빛깔로 변했다. 박 씨는 "우리가 먹는 포도맛, 오렌지맛 사탕이나 음료수 등은 이렇게 인공색소로 색깔을 내는 것"이라며 "여기에 인공향을 내는 첨가물을 넣으면 시중에 파는 것과 똑같은 주스나 사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했던 주부 김미향(45·대구 달서구 송현동) 씨는 "식품을 구입할 때마다 첨가물 표시를 확인했지만 전문 용어가 깨알 같은 글씨로 나열돼 있어 사실 잘 몰랐다."면서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마음 놓고 먹을 게 아무것도 없어 당장 오늘 저녁식단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형숙(41·대구 달서구 대곡동) 씨는 직접 과자의 위험성을 체험했다. "딸 아이가 몸이 좋지 않았는데, 어느 날 과자 한 조각을 먹은 후 갑자기 경기를 일으켜 그 후론 다시는 시중에서 파는 과자를 사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씨가 소개하는 식품첨가물의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딸기우유에는 코치닐 색소가, 바나나 우유는 일본에선 위험등급 3급으로 분류된 치자황색소가 사용된다고 한다. 초코우유에는 발암논란이 있는 안정제가 첨가된다.

사탕에는 알레르기와 과잉행동 증후군이 유발되는 황색 4호가, 발암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적색 2호가 첨가된다. 아이스크림도 예외가 아니다. 당류·지방·물이 주성분인 아이스크림은 계면활성제를 유화제로 사용하고 향료, 색소, 안정제, 인공감미료, 보존료를 섞은, 일종의 첨가물 덩어리라고 소개했다.

박 씨는 "집에서 준비하는 식단도 안전하지 않다."면서 된장, 명란젓, 어묵, 단무지로 차려진 밥상을 예로 들었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된장으로 끓인 된장국에는 착색료, 화학조미료, 알코올 등이 들어간다. 명란젓에는 아스코르빈산나트륨, 아질산나트륨, PH조정제 등 10가지가 넘는 식품첨가물이 들어간다.

어묵에 역시 인산나트륨, 적색3호, 코치닐 색소 등이, 단무지에는 사카린나트륨, 황색4호 등이 첨가돼 있어, 이렇게 아침을 먹을 경우 총 30여 종이 넘는 첨가물을 섭취하게 된다. 박 씨는 식품첨가물 표시 기준에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마트에서 만들어서 판매하는 불고기 같은 식품은 첨가물 표시가 면제돼요. 해당 물질이 잔존하지 않는 경우에도 표시하지 않아도 되죠. 예를 들어 귤 통조림은 염산에 귤껍질을 녹인 후 다시 카제인나트륨으로 중화했지만 성분이 남아있지 않으니 염산이란 표시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이죠. 또 사탕처럼 포장 크기가 작으면 쓰지 않아도 됩니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는 것이죠."

정부는 1년 전부터 식품의 모든 성분과 첨가물을 표기토록 하는 식품완전표시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이는 소비자 이해를 위한 표기라기보단 소비자 이해를 막기 위한 표기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루타민산나트륨은 화학조미료인 MSG를, 소르빈산칼륨은 방부제격인 보존료, 아질산나트륨은 색을 유지해주는 화학발색제의 어려운 표기에 불과하다는 것.

"강의를 마칠 즈음 주부들이 '그럼 뭘 먹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하게 관심을 가져 식품첨가물의 진실을 알리고 소비자들이 이를 바꿔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아이의 입맛이 식품첨가물에 길들여지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 주부들의 몫입니다. 적게, 소박하게 먹는 것만이 대안이 아닐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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