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자호란의 치욕을 목도한 뒤 北伐(북벌)의지를 키워온 孝宗(효종)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4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효종의 계모인 慈懿大妃(자의대비)가 생존해 있었으니 국상을 당하여 대비의 복상기간이 문제가 됐다. 당시의 종법에는 자식이 먼저 죽었을 경우, 부모의 상복은 죽은 자식이 長子(장자)냐 아니냐에 따라 달랐다. 장자일 경우 부모라도 3년복을 입어야 하고 아니면 1년복 이었다.
문제는 효종이 과연 장자냐 아니냐는 점이다. 효종은 인조의 둘째 아들이다. 형 소현세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는 바람에 봉림대군으로서 왕위에 올랐다. 이에 西人(서인)측에서는 장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고, 남인들은 "둘째 아들이지만 왕위를 받았으니 장자로 봐야한다"고 맞섰다. 장자에 대한 '잣대'가 이렇게 달랐으니 서로 자기 편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 것은 당연하다. 잣대가 바뀔 때마다 피의 숙청이 뒤따랐다. 그 유명한 禮訟(예송)논쟁도 따지고 보면 획일적인 잣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판단의 척도인 '잣대'는 단 한가지로 통일돼야한다.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恣意(자의)가 행해진다면 무척 혼란스럽다. 이런 '이중 잣대' 현상은 후진국일수록 많이 나타난다. 지금도 북한이나 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은 정부에서 발표하는 환율과 시장에서 거래되는 환율이 천양지차다.
잣대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은 거기에 어떤 힘이 개입하고 있다는 증거다. 원칙이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세계화를 추구하는 나라는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국가의 신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최근 버시바우 주한 美(미)대사가 '론스타 사태'를 예로 들면서 "한국에서는 외국기업들이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있다"며 "한국이 동북아 금융 허브를 달성하려면 외국과 한국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하나의 기준(single standard)이 필요하다"고 말해 눈길을 끈다.
세계경제 10위권 대를 넘나드는 한국이다. 아직도 기업관련 '잣대'가 모호하다는 얘기는 부끄럽게 들린다. 물론 초강대국인 미국과 우리나라의 기업관련 잣대가 같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계화는 이렇게 되기를 원하고 있다. 기업문화에서 '이중 잣대'는 詐術(사술)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다. 윤주태 중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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