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와 패자로 다시 만난 李와 朴
7일 한나라당의 이명박 대선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달 20일 경선 이후 첫 회동을 갖고 화합과 정권교체에 힘을 모으기로 했지만 향후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국회 귀빈식당 별관에서 있은 회동에서 이 후보는 박 전 대표의 협력을 거듭 당부했고, 박 전 대표는 구체적 대답 대신에 당의 화합과 경선 후유증 해소를 위한 이 후보의 노력을 요청했다.
10분가량 일찍 도착한 이 후보는 박 전 대표가 도착하자"대표와 힘을 합치면 정권을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며"이인동심 기리단금(二人同心 其利斷金:두 사람이 마음을 합하면 쇠라도 끊는다)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진심이다. 협력하면 잘 되지 않겠느냐."고 협조를 당부했다.
이에 박 전 대표는"당이 화합해 가지고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며 짧게 응대했다. 그는 또 "다른 캠프의 의원 또는 당원 협의회 위원장 문제 등 당의 노선이나 운영 등과 관련해 기사가 많이 나왔다."며 경선 후 이 후보 측 인사들이 일으킨 잡음들을 우회적으로 거론한 뒤 "이제 후보가 되셨으니까 그런 것들을 잘 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벌써 잊었다. 제가 아주 잘하겠다. 사람 중심으로…"라며 "혹시나 싶어서 그렇게 걱정하는 의원들이 계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박 전 대표 측 인사를 중용할 뜻도 비쳤다.
그는"박 전 대표께서 협조해주면 많은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잘하겠다."며 "중요한 일들은 수시로 연락을 드리겠다."고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박 전 대표는"후보 중심으로 하시고…"라고 답했다.
이어 강 대표의 제안으로 30분간 배석자 없이 비공개 회동이 이뤄졌는데 회동 뒤 박 전 대표는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공개된 자리에서 이야기한 대로 정권교체의 연장선상에서 함께 하자. 잘 해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선거대책위원장직 제의와 관련해선 "내가 이야기하지 않았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하자는 점에서 똑같다."고 말했다.
회동이 끝난 후 이 후보는 박 전 대표를 국회 본관 정문까지 직접 배웅했으며 박 전 대표도 승용차에 올라탄 뒤 창문을 내리고 목례를 하며 서로 예의를 갖췄다.
이날 행사장에는 TV카메라만 23대가 등장하고 수십 명의 기자들이 두 사람의 말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치열한 취재 경쟁을 펼치는 등 경선 후 첫 회동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자리를 주선한 강 대표는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강 대표는"경선기간에 연설회를 13차례, 토론회를 8차례, 검증청문회를 한차례 했다. 후보님들 너무 혹사시켜 죄송하다. 이 기회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너스레를 떤 뒤 방송 마이크를 가리키며 "유사 이래 가장 많다. 22개나 된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고장난명(孤掌難鳴)이라고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두 분이 손바닥을 딱 쳐서 큰 소리를 내면 제가 잘 뒷받침해서 정권창출하겠다."며 회동의 의미를 애써 부여하기도 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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