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누나 선물에 가슴 벌렁

입력 2007-09-08 07:02:50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는 가장 신나는 날이 추석이었다. 서산에 해가 지고 어둑어둑 어둠이 밀려오면서 열 나흘 둥근 달이 떠오르면 동네 뒷산에서 소먹이는 아이들은 바쁘게 소몰이를 하여 집에 갈 채비를 한다. 도시에 돈벌러간 누나가 어떤 선물을 사왔을까? 가슴이 두근거리며 설렘이 밀려온다. 운동화를 사왔을까? 축구공을 사왔을까? 아니면 멋진 옷을 사왔을까? 발걸음이 빨라진다.

동네 어귀를 돌아 집에 들어서면 온 집안에 활기가 넘쳐난다. 반달처럼 만든 송편을 솔잎 얹은 시루에 찌고 부침개도 부치고 마당 한곳에서는 모깃불이 불타고 오랜만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 이야기가 꽃을 피운다.

추석날 아침은 세상에서 가장 풍성한 아침을 먹는다. 아침나절에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고 엊저녁에 어머니와 누나들이 만든 온갖 음식과 산 속에 추석 때 쓰려고 아껴둔 수박이랑, 대문 옆 감나무에서 딴 홍시, 사과, 배 등 평소에 먹어보지 못했던 문어, 오징어, 가오리 어느 것 하나 입안에 군침이 하나 가득 고이지 않는 것이 없다. 그래서 예부터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하였는가 보다.

부산한 하루해가 가고 열 닷새 둥그런 보름달이 떠오르면 여름에 땀 흘렸던 기억도 가을걷이 시름도 오늘만큼은 세상 모든 시름에서 벗어나 가족과 함께 하는 마음이 그렇게 푸근할 수가 없다.

고향이 생각 날 때마다 어머니 얼굴이 보인다. 어머니 사랑을 받기만 하였지 아직 온전히 돌려드리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추석 보름달 아래서 온 가족이 포만감에 젖어 달을 보던 그때가 그립다.

허이주(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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