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없이 불안·초조 하다면

입력 2007-09-06 17:08:20

까닭 없이 기분이 우울해지는 상태가 잦아지는 우울증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질환 중 하나이다. 그러나 보통 알고 있는 것처럼 일시적으로 괜히 슬프고 우울한 기분이 드는 상태와는 다르다.

우울증은 수면, 식사, 신체, 사고방식,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몇 달 또는 몇 년간 증상이 계속되며 또 재발도 흔한 질환이기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질환의 특징적인 증상으로 인해 오랜 기간 고통을 받기도 한다.

◆우울증의 원인과 부작용=직장, 가정, 사회에서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면서 현실과 미래에 대한 우울한 불안감이 쌓이고 이에 따라 정서적인 감정곡선에 부정적인 측면이 두드러진다. 이 때 부정적인 감정을 바로 털어버리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주는 횟수가 잦아질수록 우울증 증상으로 진행되기가 쉽다. 특히 내성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의 경우 작은 정서적 충격에도 우울증으로 이행할 확률은 더 높다.

우울증은 그 자체로서도 당연히 치료받아야 할 질환이지만 좋지 못한 정서적 찌꺼기들이 몸에 쌓이게 되면 다양한 신체적 질환도 함께 불러온다. 그 중 가장 특징적인 질환이 심장질환이다.

◆우울증과 심장병의 관계=대부분의 의학적 연구에서 우울증이 있는 사람들은 향후 급성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장병의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병한 환자들도 우울증의 빈도가 일반인들보다 3배정도 많다.

한편 우울증이 있는 심장병 환자들은 치료 후에도 그렇지 않은 심장병 환자들보다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뿐 만 아니라 우울증의 정도가 심해질수록 심장병 발생 위험이 점차 높아졌다.

이런 역학적 관계는 주요 우울증 진단 기준에는 포함돼 있진 않지만 일부 가벼운 우울증 증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였고 특히 앞날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사람들은 심장병 발병과 심장병에 의한 갑작스런 사망위험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불안감의 지속이나 분노와 급성 및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상대적으로 심장병 발생위험도가 증가하고 그 예후도 불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이유는?=우울증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직간접적으로 심장 혈관 벽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혈액은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혀 발생하는 것으로 평소에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에 의해 죽상반이 형성돼 있다가 혈관에 자극이 오면 죽상반이 파열되면서 혈전이 생기고 이 혈전이 피의 흐름을 막게 된다. 혈류가 차단된 심장근육은 곧 괴사가 진행되면서 심한 흉통과 호흡곤란에 이르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부정맥에 의한 심장마비로 인해 치명적일 수 있다.

우울증은 이 같은 급성 심근경색이 일어나는 과정에 다양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우울증이 죽상반 파열에 관여하는 여러 가지 혈액 내 염증물질들을 증가시키고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며 혈액을 응고하는 혈소판의 기능을 항진시켜 혈전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한 신경 호르몬계에도 영향을 미처 심장을 자극하고 혈관을 수축시키는 교감신경계를 활성화하며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활성화된 교감신경계는 심장을 더욱 자극해 부정맥을 일으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 실험에서도 목으로 가는 경동맥의 동맥경화 진행 속도가 우울증 환자들에게서 특히 더 빨리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우울증은 생활습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활력이 떨어짐에 따라 운동을 하지 않게 되거나 과음, 흡연을 통해 우울한 기분을 벗어나려는 습관에 빠지게 된다, 이 역시 심장병의 발병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작용한다.

도움말.경북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양동헌 교수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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