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는 제물론(齊物論)에서 '마음은 거울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 자신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오는 것을 그대로 비추지만, 지나가 버리면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어떠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고 상처받는 일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또 다른 마음이 있다. 이 마음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우리에게 저절로 주어진 것이다. 대체로 우리는 이 마음으로 몸을 운행하며 살아간다. 이것은 일종의 생존도구다. 이 마음은 끊임없이 요동친다. 들떠서 기뻐하다가 슬프면 가라앉는다. 화내며 솟구치다가 충격이나 절망에 부딪쳐 부서지기도 한다. 욕망 따라 휩쓸려 다니거나 단단한 집착의 고치를 짓기도 한다. 이 마음의 창조력은 엄청나서 그것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은 없다. 천국도 지옥도 이 마음이 만든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속기 쉬운 것이 이 마음을 '나'로 착각하는 것이라 한다. 그 착각(無知)이 탐.진.치를 일으키고 그 착각이 모이고 넘쳐 삶은 '고해(苦海)'가 된다. 이 마음을 '나'라고 착각하는 순간 나는 '내 마음의 노예'가 되며 '내 마음의 감옥'에 갇힌다. 마음에 휘둘리고 마음에 갇히니 고통이 되고 번뇌가 된다.
아무리 살펴봐도 '사적인 마음'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만 마음인 것이지 제 속에 고유한 '내 것의 마음'이 있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대상과 만나서 보고(眼) 듣고(耳) 냄새맡고(鼻) 맛보고(舌) 접촉하고(身) 생각(意)하는 것이 마음이다. 대상이 생겨났다 사라지듯 그 마음도 쉼없이 생겨났다 사라진다(無常). 생멸(生滅)하는 그것의 실체가 없고 거처가 없으니(無我) 불안하고 두렵다(苦). 일찍이 이 착각(幻)의 메커니즘을 부처님은 사성제(苦集滅道)로 설파하시며 무명(無明)의 훈습으로 어두워진 중생들에게 진리의 길을 열어 보이셨다.
이 책은 부처님이 직접 성취하신 깨달음의 수행법을 현대인들에게 맞게 옮겨놓은 것이다. 초보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불법은 고(苦)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자신에게 있다고 가르친다. '위빠사나'란 고를 바르게 보는(正見) 지혜 관찰이다. 마음을 안으로 모아서 '나'의 실체를 보려는 정밀한 '밀착 취재'같은 것이다. 호흡부터 몸, 감각, 마음 나아가 모든 안팎의 현상을 방심하지 않고 철저히 살피는(觀) 것이다. 그 '마음 챙김'은 근육운동 같은 것이어서 할수록 힘이 생기는데, 그 힘을 반야(지혜)라고 한다. 반야의 마음이 바로 장자가 말한 '거울 같은 마음'이리라.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과 함께 고통이 있다는 걸 외면하려 한다. 그러나 행복 뒤엔 반드시 고통이 있다. 우리들의 삶은 고통과 직면하지 않으려는 안간힘에 다름 아니다. 욕망을 쫓고 부(副)를 쌓는 것이 고통을 극복하는 것인 줄 안다. 그래서 너도나도 '물질 우상'으로 치닫는다. 이제 "부자 되세요"라는 인사말까지 서로 자연스레 나눈다. 부자가 되면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마저도 없다는 듯이. 고통의 본질을 외면하고 단지 두려움 때문에 쉬운 방법론만 무성하게 키워서 서로의 하늘을 어둡게 가리운 현실이다. 우리는 아직도 겨우 이쯤에 와 있다. "고통을 피하지 말고 꿰뚫어 보라. 번뇌가 곧 반야이니." 2500년 전 깨달은 이의 말씀이다.
bipaso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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