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리는 비에 잠 못드는 '삼성 수호신' 오승환

입력 2007-09-05 09:29:57

때 아닌 비로 경기 연기…등판 간격 조절 어려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수호신 오승환에겐 최근 수시로 내리고 있는 비가 달갑지만은 않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삼성의 뒷문을 지키는 오승환은 현재 시즌 34세이브(4승3패 평균자책점 1.34)로 2년 연속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할 공산이 크다. 2위 우규민(LG 트윈스)는 28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그의 구위는 지난해만 못하다. 지난해 63경기에 나서 79와 1/3이닝을 던지면서 47세이브를 올리며 홈런을 1개밖에 허용하지 않았지만 올해는 52경기(53과 2/3이닝)에 등판, 홈런을 5개나 내줬다. 탈삼진도 지난해엔 109개를 기록했지만 시즌 종반인 현재 55개에 머무르고 있다.

양일환 삼성 투수코치는 "지난 2년 동안 많은 이닝을 소화한 데다 지난해 코나미컵,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하아시안게임까지 출전하는 등 쉴 틈이 없었기 때문에 공끝에 힘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현재 자타공인 최고의 마무리 투수는 여전히 오승환. 코칭스태프는 그의 체력을 고려, 등판이닝을 조절해왔고 이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오승환은 8월 8경기에 나서 모두 세이브를 챙기는 등 9연속 세이브에 성공했다. 구위도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 코칭스태프의 말.

문제는 남은 일정상 오승환이 여유를 갖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4일부터 비로 연기된 경기를 치르기 시작했는데 삼성은 4일 경기가 또다시 비 때문에 뒤로 밀렸다. 이번주 내내 비 소식이 들리는 등 날씨가 심상치 않다. 1경기 치르고 비로 쉬고 다시 경기를 하면 좋겠지만 하늘이 그 뜻대로 따라줄 리는 만무하다. 2위 다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오승환의 등판 간격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다.

12월 대만에서 열리는 베이징올림픽 야구 예선전에 참여해야 하고 만약 일본을 이기지 못한다면 내년 초 플레이오프도 치러야 하는 형편에 이어지는 비 소식은 엎친 데 덮친 격. 올해 초반처럼 구위가 떨어지는 현상이 재연될 우려가 있는 셈이다.

이는 오승환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승환과 함께 지난달 말 발표된 대표팀 4차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 모두 고민스러운 부분. 지난해 재활훈련을 거쳐 올해 성공적으로 재기한 좌완 투수 권혁과 진갑용, 박진만, 김재걸, 양준혁, 심정수가 엔트리에 포함됐다. 몇 명이 뽑혔느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 같은 사정은 타 구단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휴식을 갖기 힘들고 동계 훈련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올 시즌만 바라본다면 며칠 휴식은 달콤할지 몰라도 내년까지 생각한다면 이번 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편 4일 경기에서 두산은 KIA를 10대3으로 눌렀고 LG는 현대에 7대8로 지며 3연패, 포스트시즌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KIA의 장성호는 양준혁(삼성)의 15년 연속(1993∼2007년)과 마해영(LG)의 10년 연속(1995∼2004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10년 연속 세자릿수 안타 기록을 달성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5일 선발투수

LG 박명환-SK 채병용(잠실)

롯데 송승준-현대 김수경(사직)

한화 세드릭-KIA 스코비(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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