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최소 10억원…'딴 세상' 펜트하우스

입력 2007-09-04 09:58:03

순금욕조 등 최고급…프리미엄 3억 넘어도 "대구엔 수요자 많네"

▲ 수성구 모 주상복합 펜트하우스에서 바라본 대구 시내 야경. 초고층 조망권은 펜트하우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 수성구 모 주상복합 펜트하우스에서 바라본 대구 시내 야경. 초고층 조망권은 펜트하우스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다.

"프리미엄요, 3억 이상은 달라고 할건데 마땅한 매물이 없어서..."

요즘 대구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캄캄'하다. 1만2천 가구를 넘어선 미분양 가구에 올들어 내리 하락세만 이어가고 있는 아파트 가격. 매물은 많지만 마땅한 매수자가 없어 '거래'는 아직도 지난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고개를 치켜들면 '딴 세상'이 있다.

아파트 고분양가 바람과 함께 대구에도 등장한 '펜트하우스'.

웬만한 분양가가 최소(?) 10억 원을 넘지만 '희귀성' 때문에 프리미엄은 몇억 원 씩을 넘나든다. 이제 막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귀족 아파트'를 살펴보자.

◆펜트 하우스 현주소, 분양가 10억 원은 넘어야

'펜트하우스'란 이름을 사용한 대형 아파트들이 본격적으로 대구에 등장한 시기는 2003년. 고 분양가 경쟁이 시작되고 IMF로 숨죽었던 지역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나면서 부터다. 현재까지 착공 기준으로 볼때 지역 내 '펜트 하우스' 수는 20개 단지 150가구 정도며 최고가는 지난 2003년 분양한 수성구 두산동 '대우트럼프월드' 310㎡(95평)형으로 14억4천여만 원. 당시 분양 기준인 평당 가격으로 따지면 1천500만 원으로 일반 분양 가격의 두배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고가 펜트하우스' 갱신은 시간 문제. 이미 일반 분양을 시작한 수성구 범어동 위브더제니스와 달서구 감삼동 대우월드마크 등 대형 주상복합 아파트의 '펜트하우스'는 '고분양가' 논란 탓에 시공사들이 분양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분양 대행사 장백의 박영곤 대표는 "앞으로 등장할 주상복합 펜트 하우스 3.3㎡(평당) 가격은 1천700만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 면적이 270㎡(80평)을 기준으로 봐도 분양 가격이 최소 17억 원 대는 쉽게 넘어 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 돈이 없다는 대구에 누가 이런 고가 아파트를 구입할까'

여기에 대해 범어동에서 고가 아파트를 주로 취급하는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대구에 돈 많은 사람이 많다"는 명료한 답을 내렸다.

실제 위브 더 제니스와 대우월드마크 시행사 관계자들은 "아직 뚜렷한 분양 시기나 가격을 잡지 못하고 있지만 펜트 하우스 분양 문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펜트 하우스만은 미분양 보다는 '집을 달라는 민원'으로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고 말했다.

분양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한 지난해 5월 분양한 수성 3가 롯데캐슬 펜트하우스의 경우 1순위 마감은 물론 경쟁률이 2대1을 넘어섰을 정도다.

◆펜트 하우스를 찾는 이유는

펜트하우스의 사전적 의미는 '옥상집'. 즉 구조학적으로는 아파트 옥상층에 지어지는 집이지만 대형, 고급화가 보태지면서 '초고가 주택'의 의미로 사용된다.

재력가들 사이에서 펜트하우스가 인기를 끄는 첫번째 이유는 '희소성'. 한 동에 한 집씩 밖에 올라가지 못하는 탓에 1천 가구가 넘어서는 대단지도 펜트하우스는 많아야 10여 가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펜트 하우스'에도 격이 있다. '희소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단지 위치가 좋아야 하고 무엇보다 단지가 고가 아파트여야 한다.

롯데건설 심철영 분양소장은 "최고가 실내 인테리어는 기본이며 남들보다 우월 의식을 갖고 살 수 있다는 것이 펜트 하우스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일반인들이 쉽게 분양 받을 수 없는 고가 대형 아파트 단지 중에서 차별화된 집에 산다는 것이 '펜트하우스'의 선호 이유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성구 범어동 등 선호도가 높은 곳에 지어지고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들의 '펜트하우스'는 타지역이나 일반 아파트 펜트하우스에 비해 '한 등급' 위로 평가 받는다. .

범어동 중개업소인 부동산 하우스 이성희 소장은 "수성구 지역내 고가 펜트하우스는 분양때부터 대부분 실수요자여서 매물이 거의 없고 실거래도 잘 없다."며 "지난해 마지막 거래된 펜트하우스 프리미엄이 3억 원으로 선호도가 높은 일부 집들은 프리미엄 호가가 5억 원에 이른다."고 했다.

◆펜트 하우스 구조는

단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펜트 하우스는 옥상층 일부가 '독립 정원'으로 제공된다. 2~4 가구가 한동을 이루는 만큼 펜트 하우스 바닥 면적을 제외하더라도 실외 공간이 남게 되고 이곳을 옥상 정원으로 이용하게 되는 것. 따라서 발코니 문을 열고 나서면 정원이 딸린 테라스가 제공된다.

아파트와 단독 주택의 장점을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셈. 여기에다 윗집이 없어 실내 층고도 일반적으로 3m를 넘어서며 4m에 이르는 집들도 있다.

특히 초고층일수록 '조망권'의 경쟁력을 갖는다. 올 가을 분양할 두산동 'SK리더스 뷰' 펜트하우스의 경우 57층에 지어지는 만큼 펜트 하우스 높이만 지상 180m에 이른다

실내는 물론 최고급 자재들로 채워진다. 유럽산 수입목재와 실크 벽지 등은 기본적으로 채택되며 최근에는 순금 욕조와 금 벽지까지 등장 했을 정도다. 빌트인 가구들도 최고급 외국산으로만 구성된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펜트 하우스는 기본적으로 분양 가격 제한을 받지 않는 집이어서 최고급 외산 자재 경연장"이라며 "실내 마감재 공사에만 몇억 원이 투입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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