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모자간의 새벽 우유배달 상쾌한 기억으로 남아

입력 2007-09-01 07:13:14

요즘 같은 열대야에는 문득 3년 전의 일이 떠오른다.

그때도 지금과 같은 한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였다. 어머니께서는 지금까지 14년 동안 우유배달을 꾸준히 해오고 계신다. 그 당시, 대학교 1학년인 나는 학교 여름방학을 시작하고, 농촌의 복숭아밭에서 복숭아 따는 봉사활동을 매일같이 하고 있어서, 몸도 마음도 피곤해서 항상 저녁 일찍 잠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께서 "두화야! 내일 엄마가 우유량도 많고, 또 오토바이까지 고장이 났으니, 손수레를 끌고 해야 될 것 같은데, 엄마 혼자 하면 좀 힘들 것 같아서 그러는데, 엄마랑 새벽에 우유배달 좀 같이하자!"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엄마! 저 매일 복숭아 딴다고 힘든 거 알면서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새벽에 우유배달하고 어떻게 바로 복숭아 따러 가? 내가 무슨 철인 28호야?" 라고 다짜고짜 뭐라 했다.

그러고는 저녁에 여느 때와 같이 일찍 잠을 청했다. 한 2시간 조금 넘게 잤을까? 잠을 깼는데 잠이 오질 않고 계속 가슴만 답답했다. '아까 어머니께 내가 좀 무례했지?' 그렇게 두 시간을 생각며 뒤치락거리면서 잠을 청했지만, 잠은 오질 않았다. 그러다 어느덧 새벽 2시가 다되어 어머니를 깨우는 시계 알람소리를 들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침대에서 일어났다. 부랴부랴 옷을 입고 어머니보다 먼저 대리점으로 달려갔다. 손수레를 꺼내고, 어머니자리에 놓여져 있는 우유를 손수레에 최대한 많이 실었다. 그러고는 母子간의 새벽우유배달을 시작하였다. 어머니는 고맙다와 미안하다는 말을 연방 반복하셨다.

"엄마, 아까 저녁에는 내가 죄송했어요. 앞으로, 엄마 힘든 거 있으면 언제든지 아들에게 말해! 아들이 엄마부탁 못 들어주면 누가 들어주겠어?"라고 말하며 열심히 손수레를 끌었다. 그날 내가 마신 새벽의 공기는 그 어떤 공기보다도 상쾌했다.

장두화(경산시 자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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