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예술현장과 문화행정

입력 2007-08-31 07:49:21

제도권의 화중지병(畵中之餠)을 실감하는 예술현장에서 생겨난 하나의 파시즘이 '독립영화'이다. "자본으로부터 창작의 정신을 지킬 수 있는 영화, 예술영화, 실험영화" 등 아직은 그 의미조차 혼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국내의 '독립(영화)군' 들은 문화의 자주독립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우리지역에서도 영상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와 정책이 마련되었고 이제 실천 단계에 이르렀다. 지금이야말로 문화예술의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독립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지역의 영상산업 발전을 위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장기적 계획의 확고한 수립'이다. 만약 단기적인 소모성 행사 위주가 된다면, 말라버린 농작물에 초록물감을 바르는 허사에 다름 아닐 것이다. 우리지역에 필요한 것은 화려한 '물감'이 아니라 알찬 수확을 위한 토양과 밑거름이 될 견고한 기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수립하고 그것을 실행할 동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부산은 '부산국제영화제'로 지역의 문화산업 발전에 큰 맥을 얻었다. '관'이 세우고 '민' 이 이끌어나가는 대표적인 성공사례로서 그 지역의 상업적 인프라와 지리적 여건 등을 잘 활용한 경우이다. 그렇다면 우리지역에 맞는 방안은 무엇일까? 와 닿지 않는다는 면에서는 당장의 답습이나 너무 먼 미래의 지향은 똑같을지 모르지만, 우리지역의 창조적 원력(原力)을 '예술영화의 활성화'에 모으면 어떨까? 유럽인의 문화적 소양이 평균적으로 높다는 일반적 인식의 저변에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는 그들의 수준 높은 문화예술 체험이 있다. 교육 효과 면에서 영상예술이 갖는 힘은 매우 크다. 어쩌면 단 하나의 좋은 작품이 미래의 우리지역을 '인력누수가 없는 토양'으로 발전 가능케 할지도 모른다. 만약 '예술영화전용관'을 건립하여 예술영화와 아동, 청소년 대상의 작품을 제작하여 '자급자족' 해보면 어떨까, 그저 무모한 동화적 이상론일 뿐인가? 거대 배급사가 스크린을 장악하고 스크린 쿼터가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 상황이라면 지자체 차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정책은 있으나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제도일 뿐이고 이상은 이상에서 그칠 뿐이다. 작은 동화적 상상력이 미래를 바꾸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미래학자들의 예언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믿고 싶다.

전소연(영화감독)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