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의 단상] 물 이야기

입력 2007-08-30 17:08:21

땡그랑~, 쏴~, 3위안 5마오(500원 남짓)짜리 세탁동전의 효과는 대단합니다. 넣자말자 폭포수처럼 물을 토해냅니다. 물통은 금세 가득 차고 그 무거운 물통을 팽이 돌리듯 신나게 돌립니다.

2주일 만에 처음 하는 빨래입니다. 원래 게으른 탓도 있지만 기숙사란 곳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순서도 기다려야 합니다. 양말은 매일 빨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는데 속옷이랑 셔츠는 빨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말리기도 어렵습니다.

기숙사 2층에 세탁실이 있습니다. 3대의 자동기계가 나란히 놓여있는데 한번 이용에 3위안 5마오 입니다. 기숙사 사무실에서 세탁동전으로 바꾸어 세탁기 옆에 설치된 통에 넣으면 정확히 45분간 작동합니다. 복잡한 기능은 모두 폐쇄되어 있습니다. 세탁물을 넣으면 물이 나오고 한동안 돌다가 바로 배수가 됩니다. 특이한 것은 배수 후에 바로 탈수가 된다는 점입니다. 건조가 거의 될 무렵 다시 물을 한번 토해내어 헹굼을 합니다.

최대한 물을 아끼는 시스템입니다. 옛날 군에 있을 때 기억이 납니다. 물이 귀해서 빨래하기가 참 힘들었는데 그때도 초벌 빨래를 하고는 빨래를 꼭 짜고 나서 다시 헹굼을 했습니다. 그러면 아주 적은 물로도 빨래를 할 수 있습니다.

물 귀한 중국, 중국인들의 물 아끼는 습관은 실로 놀랍습니다. 물젖은 수건 한 장이면 온 가족이 세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설마 했는데 사실이었습니다. 중국인집에 하숙을 시작했습니다. 더울 때마다 샤워기를 틀어놓고 시원하게 씻곤 했는데, 내가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식구들이 긴장하는 것을 뒤늦게 알았습니다. 가만히 보니 그 집 식구들은 욕실에 들어가도 물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무심코 보았던 욕실의 수건, 식구 수대로 젖은 물수건이 걸려있습니다. 샤워기를 틀고 몸을 씻는 것이 아니라 수건에 물을 적셔서 닦는 것입니다. "물 값이 비싸요?" "북경에는 원래 물이 귀해요, 전부 지하수를 사용하는데 아끼지 않으면 먹을 물도 모자라요"

주인아줌마, 늘 있는 것이지만 당연히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예전에 물이 없는 날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있을 때 아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면 늘 있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모른 채 살아왔습니다. 있을 때 사랑하고 아껴야 합니다. 아낄 것이 사라지고 나서 애타게 그리워하는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이정태(경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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