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조의 수다수다] 섹시함에 대하여

입력 2007-08-30 16:34:37

'섹시(sexy)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외모나 언행에 성적(性的) 매력이 있다."로 그 뜻풀이가 돼있다. 하지만 섹시함은 진화했다. 단순히 성적 매력 뿐만이 아니라 '외모가 예쁘고 잘생겼다', '매력적이다'는 의미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사용되고 있다. 사람 뿐만 아니다. 모든 상품들이 '섹시함'을 무기로 내세운다. 아이스크림도 섹시하고, 콜라병도 섹시하다. 세상의 거의 모든 사람들과 상품들이 '섹시함'을 팔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됐다.

언제부터 이렇게 섹시함이?

예전에는 '성적 매력을 한껏 드러내는 여자'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았았다. 옛날 소설들을 살펴보면 '색기가 흐른다', '요부' 등으로 묘사되고 심지어는 '남자 잡아먹을 X'라는 등의 노골적인 반감도 서스럼 없이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섹시함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최고의 매력을 드러내는 '무기'가 됐다. 섹시함을 빼 놓고는 세상 무엇도 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전통적으로 섹시함을 무기로 내세운 대중문화판은 이미 섹시한 이미지가 넘쳐흐를다 못해 질척거릴 정도가 됐다. 과감한 노출의 도가 지나쳐 골반이 훤히 드러나는 의상, 엉덩이 부분만을 뜯어낸 이름하여 '비키니진' 등 차마 눈뜨고 못볼 옷차림들이 활개친다. 그렇다고 섹시함이 여성 연예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남자 가수들도 '섹시함'에 승부를 거는 경우를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근육질의 몸매에 파워풀한 댄스, 여기에 여자 댄서들과의 아슬아슬한 성적 장면 연출 등으로 남성미를 과시하는 추세다.

정치판에도 섹시 이미지가?

내년에 있을 미국 대선을 노리는 일부 남성 후보들이 섹시한 배우자를 전술적 자산으로 여기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니 말이다. 배우자의와 다정한 키스신을 선보이는 후보가 있는가하면, 노출이 심한 드레스에 짙은 화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후보 배우자도 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섹시함의 홍수시대. TV를 보면 눈 둘 곳 없는 선정적인 모습들이 난무하고, 심지어 아이들에게까지 '섹시 코드'는 뿌리 깊이 침투해 있다. 현대를 살아가는 당신, 자신 역시도 지금 섹시함에 목숨걸고 있지는 않은가?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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