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짜든지 이 엿 자시고 힘내서 우리 시민들 잘 좀 보살펴 주소."
29일 오전 9시쯤 포항 남부경찰서에 한 노인이 찾아왔다. 신분 밝히기를 꺼리다가 몇번의 물음 끝에 자신을 "죽도동에 사는 일흔 살의 서 씨"라고만 밝힌 노인은 "먹고 힘내서 민생치안에 더욱 애써달라."며 엿 2박스를 김상근 서장에게 내밀었다. 어리둥절해하는 김 서장에게 노인은 엿을 들고온 사연을 풀어갔다.
"올해 아흔아홉 되는 노모가 몇 년 전 경로당을 가는데 그 옆을 지나던 다른 노인이 갑자기 쓰러지더랍니더. 눈 깜짝할 사이에 경찰관이 나타나서 병원으로 모셔갔고 그 노인은 잠시 뒤 별 탈 없이 기력을 회복했고 그때부터 노모는 '고마운 순사(?)들'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지요."
그러던 참에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며칠 전에 노모 옆에 있던 다른 노인이 쓰러졌는데 제때 구호를 받지 못해 세상을 떴던 것.
모친은 '그때 그 순사들만 있었더라면 그 사람도 안 죽었을 것'이라며 발을 구르더니 순사들한테 준다면서 엿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34∼35℃를 오르내리는 올여름 최고 무더위가 이어져 엿이 굳지 않아 할머니는 더욱 애를 태웠고, 마침 비가 내려 선선해진 28일 밤을 꼬박 세운 끝에 라면박스 2개 분량의 엿을 만들어 이튿날 아침 일찍 아들 서 씨의 손에 들려 경찰서로 보냈다.
서 씨는 김 서장에게 "부하 직원들에게 우리 모친 말 잘 전해주소."라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김 서장은 마침 이날 오전 열린 직원회의를 통해 서 노인과 엿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더욱 직무에 충실하자고 당부했다.
엿 한가락씩을 입에 문 경찰관들은 "아침부터 엿먹었지만 일할 맛 난다."며 좀 더 뛰자고 각오를 다졌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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