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1번 타자는 공격의 첨병. 최대한 많이 살아나가 중심 타선에 찬스를 만들어줘야 한다. 중심 타선이 득점을 할 수 있도록 밥상을 차려주는 역할인 셈이다. 때문에 2번 타자와 더불어 테이블세터(Table Setter)라고 부른다. 강팀일수록 확실한 1번 타자를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위를 달리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 3위인 삼성 라이온즈 모두 붙박이 1번 타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종욱과 박한이가 그들. 박한이는 대학시절 방콕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혔고 2001년 프로 무대 데뷔 후에도 통산 타율 0.294를 기록하는 등 순탄한 길을 걸어온 반면 이종욱은 현대에 입단했다가 군 제대 후 방출되는 수모 끝에 입단 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두산에 겨우 둥지를 틀었다.
경력면에서는 2004년과 2006년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박한이와 비교할 수 없지만 현재 성적을 놓고 보면 이종욱이 앞선다. 1번 타자로서 가장 중요한 출루율의 경우 이종욱은 0.378, 박한이는 0.365다. 1번 타자 중에는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분투하고 있는 현대 유니콘스의 전준호(0.384)에 이어 2, 3위.
둘의 두드러진 차이는 도루와 타율이다. 빠른 발이 트레이드 마크인 이종욱은 도루 38개를 성공시켜 박한이(10개)를 압도한다. 타율에서도 이종욱은 0.307(8위)을 기록, 박한이(0.273·23위)보다 월등한 상태. 타점에서도 이종욱(36점)이 박한이(20점)보다 낫다. 박한이가 볼넷(57개)을 이종욱보다 14개 더 골랐고 삼진 갯수(41개)도 이종욱보다 25개 적지만 이종욱에게 무게 중심이 더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이종욱의 활약은 지금 박한이가 보여줘야 할 모습이지만 여태까지 자신이 쌓아왔던 성적과 비교하면 올 시즌 그의 행보는 기대에 못 미쳤다. 현재 삼성은 그의 활약이 절실한 상황. 두산에 2경기차로 뒤져 있는 데다 30일 맞설 4위 한화 이글스에는 0.5경기차로 쫓기고 있는 가운데 3, 4번 타자 양준혁과 심정수의 최근 5경기 타율이 각각 0.231, 0.190으로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6시즌 동안 박한이는 평균 55.3타점을 올려 찬스를 만드는 것 뿐 아니라 찬스를 해결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중심 타선이 부진할수록 그가 타석에서 좀 더 집중력을 갖고 활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 한화전 타율이 0.208로 좋지 않지만 8월 들어 타율 0.297로 타격감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이 삼성에겐 반가운 일. 박한이가 공격의 물꼬를 터준다면 삼성의 공격도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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