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지낸 이른바 386세대로 노무현 대통령과의 관계가 돈독한 핵심 측근이다. 그가 지난 10일 돌연 의전비서관직을 사퇴할 때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의 보도로 그의 사퇴 이유가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여름 정상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부산지역 건설업체 한림토건의 실소유주인 김상진 씨를 소개시켜줬고, 김 씨가 저녁식사 자리에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정 청장에게 1억 원의 뇌물을 건넸는데 그 자리에 일시 동석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1년 후 뇌물을 받은 정 청장은 구속됐다. 정 비서관은 그 다음날 사표가 수리됐다. 청와대는 검찰에 정 비서관의 사표 수리와 관련하여 사건 내용을 문의했다고 한다.
권력 핵심부를 둘러싼 여러 정황들이 한심하기 짝이 없다. 권세를 사적으로 이용한 비서관이나 돈 받은 대가로 세무조사를 중단시킨 세무공무원의 작태가 그렇고, 실세의 관련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청와대의 모양새가 그렇다. 언론 봉쇄를 기도하는 권부의 속내를 유추하게도 한다.
정 전 비서관은 자신의 사례비 수수설과 관련해서 "공직을 오래한 사람이 그렇게 어리석게 처신하겠느냐"며 결백을 주장했다. 구속된 정 전 청장은 정 전 비서관보다 공직생활을 더 오래한 사람인데 어리석게도 왜 돈을 받았을까.
의혹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아무 조사를 하지 않았다. "혐의가 없는 사람을 조사할 수는 없다"고 간단하게 면죄부를 줘 버렸다. 참고인 조사조차 않은 것이 정당한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권력자의 부정과 비리에 더욱 엄격해야 할 검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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