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발 신용경색 우려에 세계 각국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금리와 환율이 급변하는 등 전 세계의 금융계가 요동을 쳤다. 다행히도 유럽중앙은행(ECB), 미국의 연방준비은행(FRB) 및 일본은행 등 주요국의 중앙은행이 사태의 심각함을 깨닫고 신속하게 유동성을 투입, 필요한 경우 금리인하 가능성도 시사하면서 그 충격이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도 서브프라임모기지발 영향에 대하여 정부차원의 대책회의를 통하여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방안을 모색하는 등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며 아직은 크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외 관심이 온통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에 집중되고 있는 와중에 보이스피싱이라 불리는 전화금융사기는 악성바이러스처럼 변신을 거듭, 우리의 약점을 계속해서 파고들고 있다. 사기에 연루됐다, 자녀가 납치됐다는 식으로 변화하더니 최근에는 문자메시지를 무차별 살포하고 있다. 마치 악성 바이러스처럼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그 동안 여러 건의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았지만 말투가 어색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해 쉽게 간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받은 한통의 문자 메시지에는 하마터면 속을 뻔했다.
'이강세님 OO패스결재카드오류/ 1천75원 납부요망/ △△ 130-20-378350/ (주)□□□'이라는 문자 메시지였다. 금액이 소액인지라 '내 카드와 관련, 뭔가 오류가 있었나 본데 그냥두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도 있지.'하면서 자칫 온라인 송금을 할 뻔했다.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는 엄청나다.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4천235건에 399억 원의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고 이러한 직접적인 피해 이외에도 순간의 실수로 거액을 사기당하고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보이스피싱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있으며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불신의 심화로 전화를 통한 업무수행이 어려워지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 당국과 금융계에서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우선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은행의 자동화기기(CD/ATM기)에 전화사기 조심하라는 주의문구를 넣었고, 주의공고문, 스티커, 전단지 등 홍보물을 작성해 배포하고 전화금융사기 피해예방 10계명을 발표해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유도하도록 했다.
그 동안 여권이나 여행자증명서만 있으면 외국인이 은행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 외국인 등록증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제시토록 하는 등 계좌개설 요건을 강화, 사기에 이용될 통장 발급이 원천적으로 어렵도록 하는 조치도 내려졌다. 또 의심되는 계좌는 주의계좌로 등록, 자동화기기 거래를 금지하고 창구거래만 가능케했다. 앞으로 건당 피해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자동화기기의 이체한도를 크게 낮출 계획이다.
피해가 발생한 경우의 사후 대책으로는 피해자 또는 은행의 요청으로 지급정지를 하도록 한 전화사기자금 긴급지급정지제도를 도입했고 사기범에게 개인정보를 알려준 경우 이로 인한 금융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보이스피싱과 관련하여 국제적인 공조를 추진하고 특별단속을 실시토록 했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되는 대포통장의 양도행위 등을 처벌하고 지급 정지된 피해자금이 조기에 환급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입법 추진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올 3월 이후 피해가 꾸준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행이라 하겠다.
그러나 보이스피싱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에 걸리는 경우 이를 치료하고 원상회복해 주는 치료약은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예방이 최선이다. 악성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을 막기 위해 개인의 건강상태를 살피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듯이 자신의 금융거래 상태에 관심을 갖고, 잘 모르는 경우 항상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건강한 사람은 병에 잘 걸리지 않지만 노약자는 쉽게 병에 걸리는 것처럼 당국과 은행의 적극적인 홍보로 대응능력이 생긴 젊은 사람들은 이제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지만 적응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은 아직도 무차별적인 보이스피싱에 취약하다. 가족과 이웃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이강세 금융감독원 대구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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