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만들자] ⑧취약계층 일자리-장애인

입력 2007-08-29 07:32:24

"돈으로 떼우지" 기업들 고용 인식 아직은…

▲ 지난 24일 장애인들이 가마솥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직업능력개발센터에서 취업을 위해 컴퓨터 강의를 듣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지난 24일 장애인들이 가마솥 더위에도 아랑곳없이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직업능력개발센터에서 취업을 위해 컴퓨터 강의를 듣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정상적인 취업이 어려운 계층이 있다. 소위 '취약계층'이다. 신체적, 환경적, 연령적 단점을 가진 장애인, 노인 등이 대표적이다. 여성의 경우 취약계층으로 분류되지만 사회적 지위가 높아지면서 포함 여부에 논란의 여지가 있다. IMF이후 지난 10년간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늘면서 일자리도 일정 부분 늘었다. 그렇지만 투입된 천문학적인 예산과 수많은 법안, 지원책에 비해서는 그 성과물이 미미하다. 사회적 합의수준이 여전히 저급하기 때문이다. "멀쩡한 사람도 어려운데 취약계층에 돌아갈 일자리가 어디 있느냐."는 일반의 인식이 더 큰 문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 24일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직업능력개발센터. 20평 남짓한 교실에서 8명의 장애인들이 열심히 컴퓨터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들은 한여름 비지땀을 흘리며 실력을 쌓고 있지만 기업에서 외면받기 일쑤다. 능력면에서 정상인에게 뒤지지 않지만 이들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깊은 좌절감을 맛보곤 한다. 과연 이들 중 몇 명이나 취업에 성공할까?

◆고용 회피 업체 많아

'장애인을 뽑느니 차라리 돈으로 해결하겠다.'

법률상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체는 근로자 2% 이상의 장애인을 뽑아야 하지만 '장애인을 고용하느니 부담금을 물겠다.'는 '무대포(?)' 업체가 적지않다. 본사 기획탐사팀이 지난해 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 중 장애인 미고용으로 부담금을 낸 업체 수를 조사해 보니 전체 759개 사업장 중 144개사에 달했다. 5개 업체 중 1개 업체는 부담금을 물고 있는 것.

취업에 성공한 경우에도 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보다는 일반인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경증 장애인이 대부분이다. 얼마 전 한 공공기관에 장애인 모집으로 지원한 박모(29) 씨는 "나 자신도 그렇지만 지원자 대부분이 육안으론 장애인인지 아닌지 구분할 수 없었다."고 했다.

3년 전 교통사고로 지체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이모(32) 씨는 "수차례 구직 문을 두드렸지만 취업에 실패했다."면서 "손가락 마디 하나 없는 정도로 겉 보기에 멀쩡한 사람이 아니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 장현우 씨는 "취업한 장애인은 대부분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 경증 장애인"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체장애가 결코 업무장애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웹 디자인 교사 임채형(34) 씨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컴퓨터 강의를 자주 했지만 오히려 집중력 면에서는 장애인들이 더 뛰어나다."면서 "실력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장애인 취업률은 20% 안팎이다.

◆적응 못하는 사례도 많아

"10명 중 8명은 3개월을 못 버텨요."

지체 장애 2급인 김모(29) 씨는 요즘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를 찾기가 민망스럽다고 했다. 여러 차례 고용안정센터에서 일자리를 구해 줬지만 3개월도 안 돼 모두 그만뒀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노력도 없지만 일부 장애인들이 어렵게 얻은 기회를 적응력 부재로 회사에서 뛰쳐 나오는 사례도 많다.

"솔직히 취업할 때는 일반인들과 차별하지 말라고 하죠. 하지만 몸이 불편하니까 일을 하다 보면 은근히 덜 시키기를 바랍니다." 최근 한 기업에 취직했다가 그만둔 장애인 이모(31) 씨의 얘기다.

성서공단의 기업 관계자는 "부서 간 팀워크가 필요할 때 이를 꺼려하거나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업 및 교육기관의 적극적인 직무개발과 장애인 적응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수 있다고 조언한다.

대구종합고용지원센터 재활상담팀 박장원 씨는 "장애 정도에 따라 기업들이 맞춤형 직무를 개발하고, 적응성을 높여 간다면 장애인들도 똑같이 일할 수 있다."며 "장애인들이 맘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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