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주물공장까지 수주량 폭주…선박엔진·배기밸브 생산업체 덩달아 호황
조선산업의 계속적인 호황으로 이와 관련된 중소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엔 조선산업 후광이 지역에도 여파를 미치고 있다. 특히 선박 관련 부품 소재를 생산하는 주물업체들은 지금같은 비수기에도 연장근무에 들어가는 등 납품기일에 맞추기 위해 생산에 여념이 없다. 점차 조선산업 후광이 경남 지역에서 대구·경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비수기에도 눈코 뜰 새 없다"
지난 24일 고령군 다산주물공단에 위치한 세화엔지니어링(주). 공장 내부에선 땡볕이 작렬하는 늦더위를 탓할 시간조차 없어 보였다. 수천℃의 쇳물과 후처리가공을 하기 위한 불꽃이 여기저기 튀는 탓에 공장 내부는 한증막이 따로 없지만 현장 직원들은 일에만 몰두 중이다. 그 만큼 최근엔 납기일을 맞추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이번 달 초엔 휴가를 마치자마자 1시간 연장 근무에 들어갔다. 올해만 들어 두차례 연장 근무에 돌입한 것.
선박 엔진 배기밸브 소재를 생산하는 이 업체는 3년 전에 설립된 신생업체. 하지만 설립 당시보다 60% 넘게 고성장을 했다. 비결은 꺼지지 않는 조선산업의 호황 덕분이다. 박광순 대표는 "3년 전부터 선박 수주량이 본격적으로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년 20% 이상 주문 물량이 늘고 있다는 것. 매출도 급성장 중. 지난해 100억 원에 이어 올해는 130억 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고 3년 후엔 500억 원 정도를 목표로 잡고 있다. 박 대표는 "연장 근무를 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만 현재 선박 엔진업체들의 요구를 제대로 소화하기 힘든 상태"라고 했다. 이 업체는 이미 향후 3년 동안의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늘어나는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공장 증설은 물론, 현재 지어지고 있는 다산2차공단에 1만평 정도의 부지를 매입, 제2공장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현장직원도 늘리기 위해 15명의 외국인근로자도 신청해놓았다. 박석근 전무는 "자동차부품이나 공작기계 등을 주로 하는 다른 주물공장들도 조선업계 호황으로 선박 분야로 전환하고 싶어하지만 이 분야가 규모도 크고 조건이 까다로워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주물업체인 대한특수금속(주)도 선박 관련 주물에 있어선 불황이 없다. 자동차부품과 일반 산업기계·공작기계, 선박 부품 등 다양한 주물을 생산하는 이 업체는 매년 선박 관련 부품들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엔 전체의 10%를 차지했던 선박 관련 부품들이 올해는 30%까지 치솟은 것.
조호현 이사는 "몇 년 전부터 중국 등으로 공작기계 물량이 급속히 넘어가면서 공작기계 물량이 줄어드는 반면 선박 쪽은 꾸준한 수요 증가가 있어왔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이에 대비해 미리 선박 관련 아이템을 개발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는 것. 조 이사는 "2010년까지는 현재 물량이 지속되거나 늘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역에도 조선산업 '후광'
국내 조선산업이 오랫동안 호황을 누리면서 '후광'을 얻고 있는 지역 업체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물량이 꾸준히 늘면서 과거 대형 조선업체들이 몰려있는 경남권 부품업체 뿐 아니라 대구·경북의 관련업체들도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조선산업 후광이 경남에서 대구·경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특히 주물공장들이 몰려 있는 다산주물공단에선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남원식 다산관리공단 이사장은 "40여 개 공장 가운데 과거엔 선박 부품을 다루던 곳이 2, 3곳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8군데 정도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고철 등 원자재 가격 폭등에 대기업들의 끊임없는 납품단가 인하 요구, 인건비 상승 등 여러 악재로 전반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독 선박 부품을 주물하는 업체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
조산산업 후광은 주물공장들만이 아니다. 선박엔진 배기밸브를 생산하는 금용기계(주)는 3년 전부터 수주량이 매년 20% 이상 상승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물량이 꾸준히 늘면서 이 업체의 수주량도 이에 비례해 늘고 있다는 것. 이 업체는 배기밸브 하나로 한 해 400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조병조 이사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호황도 호황이지만 최근 중국에 조선소들이 많이 생기면서 중국쪽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박엔진 관련 업체들의 성장이 눈에 띈다고 했다. 조 이사는 "다른 분야는 최근 중국이 조선소를 많이 늘려 위협받고 있지만 아직 엔진 분야에선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국내 선박엔진 제작업체들의 수요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 덩달아 협력업체들이 큰 혜택을 보고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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