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부담' 직장 떠나는 여성 늘어

입력 2007-08-28 09:39:32

노동부 실태 조사서 68% 응답

둘째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는 이혜경(30·여) 씨는 육아부담으로 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첫아이 때는 시어머니가 함께 지내며 돌봐줬지만 둘째 아이까지 맡기엔 힘에 부친다며 난색을 표한다는 것. 이 씨는 "만 한 살도 되지 않은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기엔 부담스럽고 육아 도우미를 쓸 처지도 안돼 직장을 당분간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산율이 6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가운데 육아 부담으로 직장을 그만두는 맞벌이 여성들이 늘고 있다. 영아는 맡길 곳이 마땅치 않고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찮아 아예 퇴직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

실제 출산을 앞둔 맞벌이 여성들이 퇴직하는 가장 큰 이유로 양육에 대한 어려움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가 지난 2005년 실시한 '일하는 엄마의 영아보육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산 당시 사직·이직 여성은 12.9%였으며 이 가운데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라는 응답이 68.0%로 가장 높았다. 또한 응답자 중 71.6%가 '믿고 맡길 곳 없음'(37.3%)과 '직장일과 육아의 병행 어려움'(34.3%)을 주된 어려움으로 지적했다.

특히 맞벌이 여성들은 영아보육의 경우 시설이 매우 적어 가족이 돌봐주지 않으면 사회 활동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대구 시내 보육시설은 1천237곳. 그러나 영아나 장애아 전담 등 특수보육시설은 104곳에 지나지 않고 휴일보육 시설은 아예 없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해 말 내놓은 '대구시 가족정책시행계획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7세 미만의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 101명 가운데 1세 미만의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경우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 3세 아동 역시 68.4%가 특별히 다니는 곳이 없다고 응답했다. 결국 갓난아이를 키우려면 친정 또는 시댁에 맡기거나 육아 도우미의 손을 빌려야 하지만 가족과의 갈등이나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고민하다 결국 사직을 한다는 것.

적지않은 비용도 사직의 주요 이유다. 친정이나 시댁에 맡겨도 보통 한 달에 50만~100만 원을 드리는데다 기저귀나 이유식 등 추가 비용도 최소 20만~30만 원 정도 들기 때문. 육아 도우미의 경우 입주 조선족 도우미는 월 100만~120만 원, 입주 한국인은 적어도 140만 원은 줘야 한다.

조선족 도우미를 두고 있다는 박모(34·여) 씨는 "조선족 도우미는 생활방식이 달라 가끔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긴다."며 "월급 대부분이 도우미 비용이어서 아예 직장을 그만두는 게 속 편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육 환경이 저출산을 부추기고 여성들의 사회활동도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경연구원 김성애 연구원은 "갓난아이를 키우는 여성들은 동네나 아파트 단지 내에 편하게 맡길 수 있는 보육 도우미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며 "시설확충과 보육료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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