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잡으려면, 테마를 잡아라
도둑·뱀·공해가 없고, 향나무·미인·바람·물·돌이 많은 3무(無) 5다(多)의 섬, 울릉도.
울릉도를 다녀온 사람은 많지만, 산이나 바닷가처럼 휴가철마다 연거푸 찾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하다. 울릉도의 묘미를 아는 사람과 달리 일부는 '한두 번쯤 가볼 만한 곳' '볼거리나 즐길 게 별로 없는 곳'이라고 한다.
관광버스 기사인 이승훈(28·울릉읍 도동리) 씨는 "2~3일 만에 섬을 모두 발가벗기려 하다 보면 어느 것 하나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고 말한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한꺼번에 여러 종류를 많이 먹으면 싫증나게 마련. 이 씨는 울릉도 관광의 제 맛을 느끼기 위해서는 가족단위, 연인, 동호회, 친구 등 섬을 찾는 이들의 성격에 따라, 무엇을 보고 즐길 것인지 뚜렷한 방향을 정한 뒤 여행할 것을 권한다.
산과 계곡을 좋아한다면 성인봉과 봉래폭포를, 낚시를 좋아한다면 천부·현포·태하리 등지 포인트를, 산책과 사색을 위해서는 도동 해안산책로나 독도전망대 해안조망로를 찾는 식이다.
내수전 일출전망대와 죽도 등지는 연인들의 조용한 데이트 코스로 손꼽힌다. 여름철 가족끼리라면 통구미·남양·추산·죽암 몽돌해변 인근에 방을 잡고 해수욕이나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철에 따라 야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부지깽이, 명이(산마늘), 고비(울릉 고사리), 더덕, 전호, 삼, 취나물 캐는 맛도 별미다.
◆산길 따라
도동에서 나리분지까지 울릉도 외곽 일주도로의 3분의 2를 둘러보는 육상관광 코스. 현재 울릉일주도로 약 54㎞ 가운데 섬목 도선장에서 내수전 몽돌해변까지 4㎞ 구간은 아직 개통되지 않았다.
울릉군은 이 미개설 구간을 뚫는 데 앞으로 5년가량 걸린다고 하지만, 이를 믿는 주민들은 별로 없다. 왜냐하면 예산, 날씨, 지형 등으로 인해 도동과 사동을 잇는 길이 340m의 '울릉터널'을 완공하는 데만 5년이 걸렸기 때문이다.
관광버스나 지프를 타고 일주도로를 도는 육상관광은 '주마간산(走馬看山)'격이지만, 가이드 겸 운전기사들의 걸쭉한 농담과 설명이 곁들여져 왕복 4시간이 그렇게 지겹지만은 않다.
여유가 있다면 렌터카를 타고 통구미 향나무자생지, 태하등대, 현포리 분재식물원, 나리분지 등을 찬찬히 둘러보면 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외륜산(外輪山)으로 둘러싸인 나리분지는 울릉의 유일한 평지. 나리분지의 투막집과 너와집, 주변 산세를 감상하며 닭백숙이나 호박막걸리, 더덕파전 맛을 보는 것도 운치가 있다.
◆뱃길 따라
유람선을 타고 울릉도를 한바퀴 일주하는 해상관광 코스. 괭이갈매기와 함께 2시간 동안 바닷바람을 쐬며 섬 해안가 절벽과 각종 기이한 바위들을 구경할 수 있다. 괜찮은 사진기로 '작품'도 만들어봄직하다. 유람선 1, 2층에서 편안한 자세로 풍광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맨 위층에서 해풍을 맞으며 산과 바다를 만끽하는 게 제격이다. 바다 한가운데나 절벽에 우뚝 솟은 코끼리 곰 사자 거북이 등이 관광객을 맞이하고, 삼선암 촛대바위 비파산(국수산) 등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독도를 바라보며
도동항에서 700m가량 떨어진 산기슭에 약수공원, 독도박물관, 향토사료관, 인공 암벽장 등이 모여 있다.
약수공원의 약수는 빈혈,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지만, 녹 냄새로 처음 먹는 사람에게는 부담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토박물관인 독도박물관에서 독도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살펴본 뒤 케이블카를 타고 5분쯤 오르면 독도전망대가 나온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저멀리 독도가 보인다고 하지만, 여간해서 보기 어렵다. 오히려 독도전망대에서 20분 정도 산비탈을 타고 해안쪽으로 산책하는 '해안조망대' 가는 길이 일품이다.
◆폭포와 해안산책로를 찾아
봉래폭포는 도동항에서 차량으로 20분 달려 저동항에 도착한 뒤 다시 산 속으로 2㎞ 거리에 있다. 하루 유량이 3천t 정도인 3단 폭포로, 쳐다보기만 해도 가슴 속이 확 트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봉래폭포 가는 숲속 오솔길에서는 시원한 자연바람이 나오는 풍혈, 삼나무 숲이 가득한 산림욕장 등도 곁들일 수 있다.
도동 (행남)해안산책로는 울릉도에 도착해 곧바로 맛볼 수 있는 절경이다. 도동 부두 왼쪽과 오른쪽에 산책로가 꾸며져 있는데, 왼쪽이 더 길고 볼 만하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군데군데 자연동굴이 나타나고 갈매기와 바다, 바위 등이 이채로운 해안가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울릉·허영국기자 huhyk@msnet.co.kr
*이번 주 여행코스:울릉도 육상관광-유람선 해상관광-독도전망대-독도박물관-약수공원-저동 오징어축제-도동 해안산책로
*'어서오이소' 다음 주(9월 1, 2일) 코스는 '잃어버린 왕국 대가야를 찾아서-고령·성주' 편입니다.
♠ 산이 좋아 '성인봉' 경치 좋아 '죽도' 감동 깊어 '독도'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성인봉(984m) 등반도 권할 만하다. 나리분지를 감싸안은 외륜산의 최고봉이자, 울릉도 최고봉이다. 성인봉 북서쪽에는 나리분지 안에 솟은 중앙 화구구인 알봉이 있다. 성인봉을 중심으로 특종식물이 40여 종이 된단다. 산행을 통해 지천에 깔린 산나물과 가파른 절벽, 원시림 등을 맛볼 수 있다.
등산은 대원사 코스(왕복 6시간), KBS중계소 코스(5시간 40분), 안평전 코스(5시간 20분) 등이 있다.
뱃길을 따라 울릉도의 부속 섬 중 가장 큰 죽도를 찾아 때 묻지 않은 천혜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울릉도 관광의 또 다른 행운이다. 또 독도 관광은 시간은 짧지만 영토의식을 느낄 수 있는 기회다.
♠ 주머니 Tip
▷첫날
울릉여객선 53,000
점심 정식 7,000
버스 육상관광 18,000
호박막걸리 7,000
더덕파전 7,000
따개비밥 12,000
모텔(2인1실) 60,000~70,000
대아리조트 110,000
▷둘째날
아침 정식 7,000
유람선 해상관광 18,000
홍합밥 10,000
독도박물관 무료
독도전망대(케이블카) 7,500
산채비빔밥 7,000
▷셋째날
오징어내장탕 7,000
도동 해안산책로 무료
울릉여객선 53,000
♠ 경험자 Talk
서울·경기 지역 참가자를 비롯, 관광객 8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막바지 휴가철에다 오징어축제까지 겹쳐 관광객들이 몰리는 바람에 가이드, 음식, 숙박 등에 일부 불만을 토로했다.
▷이정희(41·여·서울시 광진구 구이동)=분재식물원, 갖가지 기암절벽 등 육로관광은 좋았지만, 숙박지 음식이 시원찮았다. 관광지를 제대로 안내하고 설명하는 가이드가 없어 아쉬웠다.
▷박종열(51·서울시 광진구 구이동)=공기 좋고, 물 맑고 관광코스로는 너무 맘에 든다.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휴가철인 탓인지 가이드가 단체관광객들을 매끄럽게 이끌지 못했다.
▷권유미(39·여·대구시 북구 국우동)=도동항 왼쪽을 따라 걷는 해안산책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배와 관광버스를 이용해 볼 만한 곳이 많았다.
▷김상호(57·서울시 서대문구)=관광지로는 손색이 없지만, 모텔이 깨끗하지 않아 잠자리가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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