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중단했던 정부가 한 달 만에 검역을 재개했다. 검역 중단의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에서 광우병 위험물질인 척추뼈가 발견됐기 때문. 검역 재개와 관련해 농림부는 "미국 정부가 보내온 척추뼈 반입 해명서를 검토한 결과 해명과 보완조치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검역·판매와 관련해서는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으나(7월24일자 시시비비 코너 게재) 미국 정부는 "검역 재개로는 미흡하니 뼈 있는 부분까지 완전히 개방하라."며 압박을 더하고 있다. 이번 검역 중단과 재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통상과 FTA 측면의 이슈도 되지만, 국민 보건과 직접 연관된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고 단속과 책임 등의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의 측면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 안전 문제 엄중 대응해야
우리 정부의 안전 의식 결여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압도적이다. 실수였다는 미국의 해명 한 마디에 없던 일로 넘어간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난한다. 일본의 경우 미국산 쇠고기에서 척추뼈가 발견됐을 때 검역 중단이 아니라 수입 중단 조치를 취했고 재발방지책을 점검하고 수입을 재개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며 한 달 만에 유야무야하는 정부의 무책임함을 꼬집고 있다. '다른 문제도 아니고 국민의 식품안전에 관한 사항이라면 정부가 적어도 이 정도의 자세는 보여줘야 국민으로서 세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정부의 원칙적이고 엄중한 대응을 촉구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다. '위생조건을 반복해 위반해도 대충 눈치나 살피다가 솜방망이 처분으로 넘어가니까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유야무야 봐주기를 계속한다면 미국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뻔하지 않은가. 원칙대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매일신문 사설)
미국이 한국 소비자의 안전을 외면한 채 수입 재개를 넘어 완전 개방을 요구하는 것은 '농약과 광우병 위험물질과 호르몬 범벅인 농축산물에 무심한 우리의 정책과 제도 탓에 미국은 우리를 국제적인 봉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기에도 우리 정부의 책임은 지적된다. '농림부는 이번에 척추뼈를 발견하고 현행 수입 위생조건에 따라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는 대신 한 단계 낮은 검역 중단에 그쳤다. 보기에 따라서는 미국측이 해야 할 해명을 대신 해주는 관료도 있었다. 이는 FTA협상 비준을 고려해 미국의 눈치를 보는 태도다. 제나라 국민의 안전에 직결된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하니 미국이 잘못해놓고도 오히려 수입 위생조건 빨리 바꾸자고 큰소리치는 것이다.'(신문 사설)
▶미국의 성실한 대응 촉구해야
우리 정부보다 미국 쪽에 화살을 돌리는 주장도 적잖다. 얼핏 보면 원인 제공을 한 미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연스런 논리로 보이지만 미국이 잘만 하면 문제는 없다는 쪽으로 흐를 가능성도 있으므로 유의해서 읽어야 한다.
이런 주장들은 우선 미국 쇠고기에 대한 우리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고 혜택이 크다는 전제를 내세운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본격화하면서 7월 중 수입 쇠고기 가격이 7.6% 하락했다. 10년 만의 최대 낙폭으로 국내산 가격을 동반하락시켰다.'거나 '최근 한국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이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식이다.
검역 중단이나 수입 제한의 문제도 자연히 미국의 검역 체계가 보완되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미국이 대한(對韓) 수출 증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수출검역 체계를 재점검하고,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일이 중요하다.'거나 '미국은 현행 수입위생조건을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자세를 보인 후에 개방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 순리다.'는 투의 미국에 대한 제언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면서 불순한 반미 의도를 차단하는 데도 관심을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를 한·미 FTA나 미국산에 대한 수입규제 등과 연계시키려는 일이 일어나서는 결코 안 된다는 점이다.' 국민의 안전에 무관심한 건 정부나 일부 언론이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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