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교실 지상중계)합리적인 경제 마인드를 키우자

입력 2007-08-28 07:36:59

2007년 7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의 뜨거운 햇볕 아래 학교 건물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책임자인 한국인 소장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몽골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대부분이 중국인이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몽골 사람들은 아직 자본주의와 시장원리에 익숙지 않아, 일꾼으로 채용하면 도대체 작업의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짝퉁과 불량제품의 왕국이다. 무엇 때문일까? 오랜 사회주의 사회에 급작스럽게 시장경제가 도입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도 좋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몽골 사회를 시장원리의 부재라고 한다면, 중국은 시장원리가 오·남용(誤濫用)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10년 전 미국에서 교환교수로 있던 시절의 일이다. 어느 주말, 부자(父子)가 개러지 세일을 열고 있던 집에서 25달러 가격표가 붙은 잉크제트 프린터를 보았다. 당시로는 싼 가격이라 옆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는 아이에게 프린터에 무슨 문제가 없는지 물어보았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잉크가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마침 프린터가 필요하던 터라 만일 샀다가 고장난 것이면 환불해 줄 수 있는가 물어보았다. 아이는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자기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그건 네가 쓰던 것이니까 너한테 달렸다."며 지켜볼 뿐이었다. 아이는 한동안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곧 이사를 가기 때문에 이 물건들을 팔 기회는 이번 주말밖에 없다. 당신이 이 프린터를 사갔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반환을 하면 곤란하다. 대신 내가 값을 15달러로 깎아 주겠다. 만일 프린터에 문제가 없으면 당신이 운이 좋은 것이고,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내가 운이 좋은 것이다. 위험한 물건(risky item)이지만 그 정도의 가치는 있는 것이 아니냐."

아이답지 않은 논리정연한 제의에 내심 놀라 아이의 아버지에게 몇 학년이냐고 물어보았다. 그 남자 애는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여기서 몽골과 중국, 미국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시장원리의 부재와 시장원리의 오·남용, 그리고 합리적인 경제 마인드에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시장원리로 구분된다. 시장원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원리다. 즉, 모든 것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주어지는 원리다.

시장원리가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의 올바른 경제마인드가 필수적이다. 경제마인드란 우리가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접했을 때, 편익과 비용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논리적이고 균형있는 사고자세를 말한다. 즉, 세상의 모든 일에는 항상 좋거나 나쁜 면만 있을 수 없으며, 좋은 것의 이면에는 어떤 형태로든 비용이 있고, 어려움을 겪고 나면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세상의 평범한 진리를 체득하고, 그런 이해의 바탕 위에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마음가짐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합리적인 경제마인드는 곧 자조(自助)와 자립(自立), 그리고 책임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자녀들에게 합리적인 경제마인드를 키워주는 방법은 다양하다. 용돈 기입장도 좋고 모의주식도 좋지만 꼭 돈과 연결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사고방식이기 때문이다. 필요한 것은 주변의 사소한 문제에서부터 스스로 판단하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선택의 연습이다. 이것이 꼭 현실의 문제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동화도 좋고, 만화도 좋다. 그런 상황을 통해 무엇을 왜 선택하는지를 생각해보는 훈련은 논리적 사고력을 키워줄 것이고, 그것이 곧 경제마인드다. 탈무드에 나오는 다음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어느 왕국에서 공주가 중병에 걸리자 왕은 딸의 병을 고치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는 포고문을 발표하였다. 천리경과 나는 양탄자, 마법의 사과를 가지고 있던 세 형제가 힘을 합해 공주의 병을 고쳐주었다. 세 사람 중 누구를 사위로 삼아야 할 것인가 하는 어려운 문제에서 왕은 셋째를 선택하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셋째는 다른 형들에 비해 가장 큰 희생, 즉 가장 높은 가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것을 가리켜 시장원리라고 한다.

오영수(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매일신문사와 경북대 사범대가 진행 중인 '자녀를 똑똑하게 키우는 학부모 교실'의 특강 내용을 요약해 싣습니다. 오는 30일 오후 4시에는 정화숙 경북대 생물교육과 교수가 '창의적이고 자기주도적인 자녀교육방안'을 주제로 경북대 우당교육관 101호에서 강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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