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기술센터 무기연기…구미시 "어찌해야 하나"

입력 2007-08-24 10:07:06

"대책회의를 해야 돼? 말아야 돼? 집회를 꾸며 봐? 말아?"

삼성전자가 구미사업장에 신축 중인 구미기술센터(휴대전화 연구·개발 건물)의 공사를 무기 연기(본지 22일자 2면 보도), 대구·경북민들이 큰 충격을 받은 가운데 구미시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대책회의를 갖는 등 민감하게 움직일 경우 삼성전자 경영진들을 자극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다, 대책회의를 해봤자 당장 대안이 나올 상황도 아니기 때문.

그렇다고 대책회의조차 없이 그냥 가만히 있자니 자칫 여론이 어떻게 돌아갈까 걱정되는 면도 있고 해서 시는 이래저래 고민이다.

시는 사안의 심각성이 커지자 지난 22일 지역경제 관련 및 주민 대표 등이 참여한 가운데 구미기술센터 공사 무기한 연기 방침과 관련한 대책회의를 23일 갖기로 했다가 일단 보류했다.

시의 한 간부는 "대책회의를 가져봐야 당장 답이 나올 상황이 아니고, 지자체 입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지역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삼성전자 경영진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걱정이다. 돈이 되는 사업이라야 한다는 게 기업논리인 만큼 지자체가 뭐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문제는 구미를 넘어 대구·경북의 문제이므로 정부, 정치권, 삼성그룹 관계자 등과 공조해서 시간을 갖고 풀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구미상공회의소 김종배 부장은 "구미기술센터 무기 연기 방침에 대한 답은 당장에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정주여건 및 자녀 교육환경 개선 등 장기적으로 구미를 기업하기 좋은 도시로 꾸준히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시는 그러나 지난 5월부터 구미기술센터 규모 축소설 등이 나도는 데 대해 지역 휴대전화 업체 및 주민들이 크게 걱정했는데도 "당초 계획대로 지을 것이다. 문제는 없다. 괜찮다."는 식으로 일관해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한편 구미 경실련은 23일 삼성전자 구미기술센터 건립 무기한 연기와 관련, '공사 조기 재개 촉구 대구·경북민 서명운동을 제안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경실련은 성명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구미기술센터 공사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한 것은 구미시와 시민들에 대한 결례이기 이전에 이윤 앞에 냉혹한 기업의 본성을 드러낸 처사다. 지난 5월 베트남 투자 계획이 알려졌을 때 장병조 부사장은 구미기술센터는 계획대로 건립한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삼성의 말을 믿는 사람은 없다. 우리의 일터를 지키기 위해 구미기술센터 공사 조기 재개를 촉구하는 시·도민 서명운동을 제안한다." 고 밝혔다.

구미·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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