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을 잃거나 취업에 실패한 사람들이 가장 쉽게 눈을 돌리는 것이 음식점. 하지만 장기간의 불경기는 창업시장에서 그나마 부침이 덜하다는 음식업계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대구에서만 매년 1만 개 가까운 음식점이 새로 생겼다 없어진다. 창업 첫 해에 주인의 3분의 1이 바뀔 정도라고 한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자영업자들의 벌이가 썩 좋은 것도 아니다.
경영자총협회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영업자 1인당 연간 영업소득은 1천 485만 원으로 근로자 1인당 임금소득(2천 475만 1천 원)의 60% 수준이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613만 5천 명으로 전체 취업자 대비 26.5%에 달할 정도다. 그렇다면 먹는 장사는 이제 포기해야 할 업종인가? 그것은 아니다.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맛있는 음식, 색다른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욕구는 함께 상승할 수 밖에 없기 때문.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 쉽지 않은 먹는 장사지만 하기 나름이다.
◇ 손님에게 따귀를 맞고도 웃을 수 있는가?
대부분 창업자들은 오픈과 동시에 대박을 꿈꾼다. 하지만 이런 꿈을 이루는 창업자는 5%도 안된다. 특히 음식점은 경쟁이 치열한만큼 창업 전에 치밀한 준비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창업자가 음식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1급 주방장을 고용하려면 월 매출액의 상당 부분을 떼어줘야 하기 때문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음식을 만들 수 없다면 배워야 한다.
게다가 손님 신발 정리부터 소소한 매장 뒷정리까지 직접 해낸다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음식점 창업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베풀고 기다릴 줄 아는 느긋함도 필요하다. 자신이 손님일 때는 음식 인심이 야박하면 욕하면서 정작 자신이 주인이 되면 재료 값을 아끼려고 한다. 무엇보다 '장사에 목숨을 건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창업 이후 파격적인 스카우트 제의도 과감히 거절할 줄 알고, 밤 12시가 넘어서 가게 문을 닫고 서너 시간 잠을 잔 뒤 새벽시장에 물건을 떼러가는 혹독한 환경도 즐겁게 견뎌내야 한다. 누구보다 먼저 가게에 나와서 종업원을 웃으며 맞이하고, 행여 불만에 가득찬 손님이 항의하며 손찌검을 하더라도 웃으며 그 손님을 내 편으로 만들 각오를 해야 한다.
◇ 무엇을 어디에서 팔 것인가?
무엇을 팔 것인가는 예비 창업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물론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자신이 즐겨 할 수 있고 자신 있는 아이템이 바로 맞는 아이템이다. 삼겹살, 피자, 치킨처럼 대중적인 아이템을 택한다면 그만큼 쉽게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지만 아울러 주변 점포와의 피 말리는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반면 생소한 아이템을 택한다면 경쟁자가 없어서 입지선정도 쉽고 호기심을 자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입맛만큼 바뀌기 어려운 것이 없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창업 이슈 중 으뜸으로 '소고기 대세'를 꼽았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수입산뿐 아니라 한우 가격도 하락세를 보이자 소고기 전문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미 창업한 업체들은 가맹점 모집에 나서면서 과열 경쟁도 우려된다. 반바지에 샌들 차림으로 가볍게 찾던 동네 삼겹살집들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사람도 있다. 저가와 중가 등 가격파괴는 물론 스테이크, 불고기, 숯불구이 등 다양한 형태의 소고기 전문점들이 당분간 기존 점포를 대체해나갈 전망이다.
입지, 즉 어디서 팔 것인가는 아이템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삼겹살의 경우, 가족 외식을 타깃으로 할 경우 주택 인근 상가를 많이 택한다. 점포 입구는 눈에 확 띠도록 가급적 넓은 것이 좋으며, 여름철 야외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점포 앞 공간이 트여있으면 더욱 좋다. 최근 중저가 아이템으로 각광받는 스파게티는 주택가보다 유동인구, 특히 젊은층이 확보되는 곳에서 승산이 있다. 도심은 소점포 창업이 가능하지만 외곽에서는 카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비교적 너른 편이 좋다. 분식점은 간단한 점심 메뉴로 승부하는 특성상 회사 인근이나 오피스텔 밀집지역, 특히 배달까지 가능한 곳이면 좋다. 다만 평일 점심 매출만 보고 입지를 정해서는 곤란하다. 주 5일제 근무로 매출에 타격이 클 수 있고, 학교 주변에서는 방학 때문에 수익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얼마나 벌어야 적당한 것일까?
손님은 제법 찾아오는 것 같은데 한달 장사 결산을 내어보면 남는 돈이 얼마 안된다. 쉴새 없이 고생은 했는데 결산시 허탈감을 느낀다는 업주들도 많다. 이들은 매달 수입과 지출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장부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음식 장사의 경우, 메뉴별로 매출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많이 나가는 음식에 신경을 더 쓰고, 인기가 없는 메뉴는 재빨리 교체할 수 있다. 또 장부를 기입할 때는 단골인지 아닌지를 체크하는 것도 중요하다. 명색이 사업을 하면서 고정비용이 매달 얼마나 지출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음식 재료비와 종업원 인건비는 기본이다.
이외에 전기'수도'가스료는물론 광고비, 월세 등 매달 고정 지출비용을 문서로 남겨둬야 결산시 불필요한 항목을 줄여나갈 수 있다. 매출이 어디서 발생하고, 돈은 어디에 쓰이는 지 꼼꼼이 파악해야 순이익도 늘어난다. 가령 월 매출액은 2천만 원이 넘는데 순이익은 300만~400만 원 밖에 안된다면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음식점의 매출대비 적정 수익률은 25% 안팎. 2천만 원 매출이라면 월 순익은 500만 원 정도가 평균적이다. 지출 비용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임대료. 전문가들은 월 임대료는 3일치 매출을 합한 금액이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 프랜차이즈, 과연 믿을만 한가?
혼자서 창업하는 것보다 브랜드도 알려지고 홍보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창업이 초보자에게는 당연히 유리하다. 하지만 이른바 '뜬다'는 업종에 창업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단시간에 과다 점포가 생겨나다보니 문제가 불거지는 경우가 많다. 한 때 반짝특수를 누렸던 일부 업종의 경우, 일년새 전국적으로 1만개 이상 점포가 문을 열면서 시장을 급신장시키는 효과는 가져왔지만 결과적으로 개별 창업주들은 과다 경쟁 탓에 매출 부진, 폐점에 이르는 쓰디쓴 경험을 해야 했다. 한때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한 막걸리 브랜드의 경우, 우후죽순처럼 유사 브랜드가 생겨나면서 두세달 사이 본사만 30여개 이상, 점포는 700여개 이상 문을 열었다. 지난 겨울, 계절적 비수기를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브랜드가 정리됐고, 점포도 50% 이상 이미 올 초에 정리된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들어 우량 프랜차이즈 본사를 고르는 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맹점 희망자는 상품이나 서비스 품질이 차별화와 전문화됐는지, 가맹점마다 맛의 통일이 이뤄졌는지, 변화하는 시장에서 지속성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초기에 가맹점주를 모으기 위해 파격제안을 하는 경우, 대부분 건전하다고 볼 수 없다. 아울러 일정 시간대에만 매출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저가메뉴를 아이템으로 내놓으면서 월 매출액이 수천만 원에 이른다고 과대포장하는 경우는 거들떠볼 필요도 없다.
기존 가맹점을 찾아가 만족도를 조사해보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안정적인 물류 및 제조공장이 있는지, 새로운 메뉴나 서비스를 시험해볼 수 있는 직영점은 넉넉히 갖추고 있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무엇보다 귀가 얇아서는 곤란하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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