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 이제 저희가 도와드리죠"
A씨(82)는 요즘 며느리를 마주칠 때마다 어깨가 움츠려진다. 6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지만 며느리의 쌀쌀맞은 태도를 견디기 힘들기 때문. 안경공장을 하던 아들이 부도를 내고 노점상으로 전락하면서 며느리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 끼니라도 거른 채 늦게 귀가하는 날이면 '이 시간에 밥도 안 먹고 다니느냐.'는 며느리의 핀잔을 받기 일쑤다. A씨는 "며느리를 돕기 위해 집안일을 거들지만 '구박덩어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며 "어린 손자들까지 무시하는 것 같아 견디기 힘들다."고 울먹였다.
견디다 못한 A씨는 지난 20일 대구 중구 대안동 중구 노인상담소의 문을 두드렸다. A씨의 하소연을 들은 이방자(65·여) 상담소장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감정인 지를 정확하게 표현하라."고 조언했다. 서로 말문을 닫는 순간부터 오해가 싹튼다는 것. 또 며느리와 함께 상담소를 찾아올 것을 권했다.
22일 상담소를 찾은 주부 B씨(55·여)는 "일자리가 급하다."고 하소연했다. 중·고교에 다니는 자녀가 3명이나 있지만 남편은 직업이 없어 경제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것. 보험영업사원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는 B씨에게 상담소 측은 가정파견봉사원이나 홀몸노인생활지도사를 권유하는 한편, 마땅한 일자리를 연계해주기로 약속했다.
이처럼 갖가지 노인 문제들을 전문상담원이 상담해주는 노인전문상담소가 개소를 앞두고 있다. 중구청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노인전문상담소를 마련하고 오는 28일 문을 열기로 한 것.
운경재단 사회복지법인 어르신마을이 위탁 운영하는 노인상담소는 자녀와의 갈등이나 고독감, 노부부 관계, 우울증, 학대, 일자리 마련 등 노인들이 부닥치는 신체적·정신적·사회·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노인들의 발길이 잦은 경상감영공원 인근에 자리를 잡은 중구노인상담소는 우선 지난 1일부터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안부전화' 서비스와 전화·방문 상담을 해주고 있다. 노인상담소는 ▷생활전반 ▷취업·법률 ▷가정폭력, 노인학대, 건강, 성 상담 ▷의료서비스(치매검사) △노인복지 정보안내 등 노인들의 고민과 관련된 토털 상담 서비스를 해 줄 계획이다.
특히 전문상담원을 배치해 노인 상담의 질과 전문성을 높인 점도 눈길을 끈다. 이론과 실습, 심화과정 등 150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상담 경력이 10년 이상 된 노인 전문상담원 15명이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상담을 해준다는 것. 노인전문상담원은 지난 2005년 대구시노인병원에서 개설한 노인상담아카데미 과정을 통해 200여 명이 배출된 상태다. 또 경로당을 중심으로 방문 상담을 펼쳐 노인들이 생의 마지막을 충실히 준비할 수 있도록 돕고 홀몸노인들의 자활을 위한 일자리 연계 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방자 상담소장은 "노인들의 경우 마음속에 있는 고민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 혼자 고민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개별, 집단 상담과 가족상담, 이동·방문 상담 등 다양한 상담 서비스를 통해 지역의 노인 복지 서비스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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