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짓듯, 죄 지은 듯 목을 죄던 올가미도
혀끝에 묻어 다니던 비릿한 화냥기도
어디로 나가 뒹굴다 벼락 맞아 죽었나.
살이란 살은 다 녹아 풀어진 젓갈이고
또아리 틀고 앉던 오기의 뼈다귀며
배짱도 녹아 늘어진 엿가락이 되었겠다.
덜미 덮쳐 누르는 집채만한 빚더미에
무쇠 삭여 먹고 숨도 안 쉬던 배때기
국법도 벼락 맞을 것, 이제 나는 모른다.
거방지게 한 판 잘 논 무슨 놀음놀이판 같습니다. 장부의 낮잠이 이만은 해야지 하는, 좀 생뚱맞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까닭 없이 목을 죄던 죄의식도, 덜미를 짓누르던 빚더미도, 살아 보겠다고 발버둥치던 오기도 배짱도 이미 다 팽개쳤습니다. 오로지 그 일만이 생존의 방편이라는 듯 한사코 잠의 구렁 속으로 빠져드는 몸. '살이란 살은 다 녹아 풀어진 젓갈이' 되었군요.
그러나 화자의 의식은 정작 잠의 바깥쪽에 있습니다. 이 점을 놓쳐서는 작품의 행간을 제대로 읽었다고 말하기 어렵지요. '국법도 벼락 맞을 것, 이제 나는 모른다'는 끝구가 그것을 증명합니다. 이는 분명히 깨어 있는 의식의 표현이니까요. '나는 모른다'는 '나'가 전면에 나섬으로써 시의 흐름은 일순 객관에서 주관으로 바뀝니다.
낮잠을 핑계로 갖가지 신산과 곡절들을 벗어 던지지만, 대저 낮잠이란 생존의 한 모서리에 잠시 붙었다 떨어지는 매미 허물 같은 것이어니… 참!
박기섭(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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