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개공 영구임대아파트 입주후 관리 '엉망'

입력 2007-08-22 09:48:47

대구도시개발공사의 영구임대아파트 관리에 임차인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주민 관리비 부담 때문에 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지난 5개월간 문을 닫고 있는 A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 지원센터 내 헬스장과 독서실.
대구도시개발공사의 영구임대아파트 관리에 임차인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주민 관리비 부담 때문에 인력을 채용하지 못해 지난 5개월간 문을 닫고 있는 A영구임대아파트 입주민 지원센터 내 헬스장과 독서실.

대구도시개발공사가 관리하는 A영구임대아파트에 15년째 살고 있는 K씨(58)는 다른 장기 입주자들과 함께 '도배·장판비 청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임대주택법시행령(12조)에 따른 표준임대료 산정규정에는 도배, 장판, 싱크대 같은 수선유지비가 포함되고, 주택법 시행규칙(26조)에 따른 벽지 교체 주기는 10년이지만 도개공은 이제껏 단 한 차례도 도배·장판을 바꿔주지 않아 자부담으로 교체했다는 것. K씨는 "입주민 중에는 도배·장판이 수선 대상이라는 사실을 몰라 자비로 교체한 사람이 많고, 홀로 사는 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 중에는 교체조차 못한 곳도 부지기수"라며 "도개공이 아파트 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른 생활 시설도 사정은 마찬가지. A아파트의 15년차 입주민 L씨(54)는 "싱크대 나사가 녹슬어 통째로 내려앉았다."며 "관리사무소에 얘기해 수리비 절반을 돌려받았지만, 같은 꼴을 당한 입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개공은 "수선 주기는 권장사항이지 강제사항은 아니다."며 "일일이 짐을 덜어내고 수선인력을 동원하기가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대구도시개발공사의 부실한 영구임대아파트 관리를 둘러싸고 임차인들과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다른 일반 아파트보다 관리사무소 인건비는 더 많은데 주민 복지 서비스를 비롯한 아파트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파트사랑 시민연대가 도개공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도개공이 관리하는 영구임대아파트는 5개 단지 6천800가구로, 2005~2007년 6월 말까지 도배·장판 교체가구는 762가구뿐이었고, 주민들이 부담하는 관리사무소 인건비는 일반 분양 아파트보다 높았다.

시민연대가 분석한 291~1천498가구의 22개 일반 아파트 관리사무소 인건비에 따르면 관리사무소장 임금은 월 180만~240만 원대, 경리직원은 79만~109만 원대였지만 도개공이 관리하는 A아파트는 직제상 관리소장 밑에 있는 관리과장이 214만 원대, 경리직원은 118만~125만 원대로 나타난 것.

이에 대해 도개공 측은 "주민들이 낸 수선충당금은 90억 원대지만 지난해부터 370억 원을 들여 열원설비, 노후배관교체 및 전기용량증설공사 등을 벌이고 있다."며 "수선 주기가 되지 않은 엘리베이터 등 교체 공사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도배·장판 교체는 2009년까지 단계적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관리사무소 인건비는 일반아파트보다 가구수가 훨씬 많고 관리도 더 힘들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시민연대는 "최저임금법 적용에 따른 경비원 인건비가 계속 늘어나 지금 같은 임금 구조로는 영세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임금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도개공의 잡수입 관리에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연대 따르면 지난 한 해 A영구임대아파트의 잡수입금은 2천621만 원이었지만 200가구 정도 더 많은 B영구임대아파트는 6천990만 원이나 됐다. 실제 A아파트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지난 5개월 동안 주민복지시설을 놀리고 있다. 도개공은 2002년 7억 원을 들여 헬스장, 독서실 등 주민복지시설을 갖춘 입주민지원센터를 개소했지만 지난 3월 경비인력을 줄이면서 입주민지원센터 내 관리 인력까지 줄인 것. 시민연대는 "1명의 인건비 때문에 주민복지시설을 놀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고 도개공이 잡수입만 제대로 관리했어도 인건비 확보에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도개공은 잡수입 내용을 관리비 부과내역서에 공개하지 않고, 따로 감사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개공 측은 관리비 부과내역서에는 없지만 잡수입 결산 공고는 주민들에게 공개·열람시키고 있고, 영구임대아파트는 별도의 사업체라 도개공에서 직접 감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도개공은 8월분부터 관리비부과내역서에도 잡수입을 공개하고, 주민과의 협의 점검을 강화해 나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신기락 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임차인 복지와 관리 투명성 부문에서 도개공의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며 "영구임대아파트 내 임차인대표회의나 부녀회, 노인회 같은 자치기구를 활성화하는 도개공의 노력과 투자가 이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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